[나눔장례지원] 내 아내는 무연고가 아닙니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9월 장례이야기 내 아내는 무연고가 아닙니다   여름과 가을이 만나는 길목에서 만난 무연고 사망자들은 그들이 왜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라는 듯 많은 수수께끼들을 남겼습니다. 그들에게도 사는 동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사망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마지막을 찾아온 이들이 있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로 보내기 싫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들이 장례에 참석한 이유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숙제를 던졌습니다.   (사진 : 아내를 무연고 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실혼 관계의 남편) “내 아내는 무연고가 아닙니다” 9월 초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서울시 공영장례 수행업체의 운구차량에서 관이 내려졌고, 트레일러에 실려 화장로로 향하는 행렬에는 공영장례 상담지원센터인 비영리법인 ‘나눔과나눔’의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행렬의 가운데에 한 남성이 그 뒤를 따랐고, 자신의 눈앞에서 관이 화장로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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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죽음을 그림으로 기억하다] 정재원의 그림이야기 3

  누구나 한번 즈음은 타인의 죽음을 경험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합니다. 아예 들려오는 소식을 무시하거나, 슬픔에 잠기거나,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변치 않는 것은 결국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죽음에 대한 반응 역시 죽음을 어렴풋 이라도 인식한 결과입니다.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애도나 무관심 역시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애도하고 떠나보내며 자신 역시 떠날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있다는 걸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앞으로 저 역시 타인이 향해간 발자취를 보며 죽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발자국을 만들어갈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그림 : 정재원) ※ 정재원 님은 숙명여자대학교 미대에 재학중으로 나눔과나눔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장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자원활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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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여름이 남긴 절망과 희망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8월 장례이야기 여름이 남긴 절망과 희망 여름, 견디기 힘든 시간 거짓말처럼 찾아온 가을이 반갑습니다. 그 이유는 여름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르며 계절별로 일정한 경향성을 띠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이제는 다가오는 계절을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맞이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작년(2018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8월 한 달 동안 40명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올해의 경우 39명으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공영장례 시행으로 장례식장 일정에 영향을 받아 9월로 미뤄진 경우를 고려하면 그 수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2018년 5월부터 서울시 공영장례가 시행된 이후 서울 지역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전용빈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이후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시민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면서 일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전용빈소에서,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시민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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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죽음을 그림으로 기억하다] 정재원의 그림이야기 2

지난 7월 6일 김영민님의 장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님은 10년 동안 고인의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었습니다. 병원비와 필요한 서류를 챙겨주기도 한 요양보호사님은 고인 김영민님을 외삼촌처럼 생각했다고 합니다. 고인분과 요양보호사님의 사연에서, 댓가를 바라지 않으며 흐르는 시간까지 함께할 수 있는 관계는 혈족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족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인연과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요양보호사님에게 끝까지 곁에 있으며 지켜볼 수 있는 용기있는 시선은, ‘피보다 진한 10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그림 : 정재원) ※ 정재원 님은 숙명여자대학교 미대에 재학중으로 나눔과나눔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장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자원활동자입니다.   ※ 관련 장례사연은 [나눔장례지원]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피보다 진한 물' 부분에 있습니다. 자세한 장례사연은 ☞ 링크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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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7월 장례이야기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사진 : 친구의 장례를 6개월 동안 기다린 친구들) 외국인이기에 늦어지는 장례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 후 바로 장례를 치르지 못합니다. 가족 등 연고자를 찾고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나눔은 작년 한 해 장례를 치른 서울 지역 무연고 사망자의 안치 기간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서 사망했거나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 후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화장이 이루어지는 기간까지 평균적으로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들은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의 편차가 큰데, 연고자 파악을 본국에 요청해 답변을 기다려야 하기에 유독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7월엔 두 분의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이 사망 혹은 발견된 시점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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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죽음을 그림으로 기억하다] 정재원의 그림이야기 1

무연고사 리포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그 매장되는 산 있잖아요? 거기가 정말 어마어마해요. 산 두 개는 돼."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 낙원 묘지는 무덤으로 인해 산이 포화될 정도로 많은 무연고자 분들이 묻혀있습니다. 글귀만 보았을 때 언뜻 무섭기도 하고 꺼림직하다는 분위기만을 생각했지만, 정작 사진을 보니 그곳은 하나의 풍경일 뿐이었습니다. 멀리서보면 꽃으로 보이기도 하고, 산을 가로지르는 무덤들은 파도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반대로 산 아래에는 잊혀진 죽음이 묻혀져있습니다. 땅을 파다가 무언가를 발견하듯, 무연고자분들의 죽음 역시 직접 깊숙한 곳까지 찾아내야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죽음 역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풍경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연고자분들의 삶과 죽음은 풍경으로 인식되지 못한 채 잊혀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분들의 죽음을 가슴 속에 조금이나마 애도하며 기억하는 자세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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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이름 없는 누군가의 마지막까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6월 장례이야기 이름 없는 누군가의 마지막까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들을 보내며 일 년에 380명이 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르며 많은 사연들을 만납니다. 남다른 가족사, 행방불명이 된 형제의 사망 소식,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의 무연고 장례에서 오열했던 남자 등 그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을 생각하면 그때 그 장면이 떠올라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연들 중 유독 가슴이 먹먹한 장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들을 보낼 때입니다. (사진 : 아기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빈소 제단에 배냇저고리와 바나나우유를 올렸습니다.) 제단에 우유를 올리다 2019년 6월 작은 관이 등장했던 두 번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 종교단체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어 어린이병원에서 일 년을 살다간 ㄱ아기. 발견 당시 수두무뇌증을 앓고 있었던 남자아기 옆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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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장례지원] 故 금경도님, 고이 잠드소서

부인은 베트남인이고 딸은 4살입니다. 한국어가 안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형편도 안됩니다. 현재 암 말기이며 1달 선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3월의 어느 날 나눔과나눔으로 자신을 후배라고 밝히시면서 선배의 장례를 의뢰하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수님은 베트남인이고 딸은 4살이라고 하셨습니다. 베트남에서 결혼을 하시고 십 년 넘게 사시다가 대장암이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되어 치료차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하셨습니다. 진찰을 받아보니 이미 대장암 말기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3월에 장례 신청을 미리 하시고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조금은 괜찮아지셨나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6월 9일 일요일 새벽 나눔과나눔으로 금경도 님께서 사망하셨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어느 병원에 계시는지 묻는 제 질문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협약된 신화병원 장례식장으로 연락을 드려 빈소가 있는지 여쭤보고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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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50년 만에 영정사진으로 아버지를 만난 딸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5월 장례이야기 50년 만에 영정사진으로 아버지를 만난 딸 그의 삶이 끝났지만 생전에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동행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는 이름이 아닌 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실을 전해줍니다. 죽어서야 들을 수 있는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사진 : 쪽방에 살았던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과 단절되었던 가족, 그리고 종교단체 봉사자들) 쪽방촌 지인들이 준비해온 영정사진 나눔과나눔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하면서 이어진 관계망들이 있습니다. 돌봄, 인권, 웰다잉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와 관계자들은 서로의 영역을 넘어 교류하고, 추모제를 열거나 협의체를 구성하여 공통의 관심사를 풀어 나가는 등의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그중에 쪽방촌 분들은 같은 공간에 살았던 분들의 무연고 장례를 함께 치른 적도 있고, 장례 후 음식 나눔을 통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가끔 쪽방촌을 방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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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이남선 님, 고이 잠드소서.

"착하고 똑똑한 오빤데, 결혼도 못 하고...어머니가 사기당해서 전 재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그걸 해결하려고 재판을 하다가 정신이 그만...." 80이 넘은 오빠를 보내는 여동생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빈소 앞에서 오빠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한참을 소리 내 흐느껴 우셨습니다.   고인은 1940년생으로 주민등록은 되어 있지만, 사실 위로 4명의 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님은 출생신고를 늦게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제 나이는 80이 넘으신 거죠.  당시 집안은 부유했고, 다섯 번째로 태어난 귀한 아들은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탕진하면서 이로 인해 아들이 10번이 넘는 재판을 하던 중 정신장애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결혼도 하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정신장애인으로 살다 최근에는 치매까지 겹쳐서 요양병원에 7년을 생활하시다 돌아가신 겁니다. 유일한 형제인 여동생은 오빠의 장례가 항상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오빠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 오빠를 먼저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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