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7월 장례이야기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사진 : 친구의 장례를 6개월 동안 기다린 친구들) 외국인이기에 늦어지는 장례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 후 바로 장례를 치르지 못합니다. 가족 등 연고자를 찾고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나눔은 작년 한 해 장례를 치른 서울 지역 무연고 사망자의 안치 기간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서 사망했거나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 후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화장이 이루어지는 기간까지 평균적으로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들은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의 편차가 큰데, 연고자 파악을 본국에 요청해 답변을 기다려야 하기에 유독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7월엔 두 분의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이 사망 혹은 발견된 시점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자세히 읽기

[정재원의 그림이야기]

무연고사 리포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그 매장되는 산 있잖아요? 거기가 정말 어마어마해요. 산 두 개는 돼."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 낙원 묘지는 무덤으로 인해 산이 포화될 정도로 많은 무연고자 분들이 묻혀있습니다. 글귀만 보았을 때 언뜻 무섭기도 하고 꺼림직하다는 분위기만을 생각했지만, 정작 사진을 보니 그곳은 하나의 풍경일 뿐이었습니다. 멀리서보면 꽃으로 보이기도 하고, 산을 가로지르는 무덤들은 파도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반대로 산 아래에는 잊혀진 죽음이 묻혀져있습니다. 땅을 파다가 무언가를 발견하듯, 무연고자분들의 죽음 역시 직접 깊숙한 곳까지 찾아내야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죽음 역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풍경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연고자분들의 삶과 죽음은 풍경으로 인식되지 못한 채 잊혀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분들의 죽음을 가슴 속에 조금이나마 애도하며 기억하는 자세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그림…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이름 없는 누군가의 마지막까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6월 장례이야기 이름 없는 누군가의 마지막까지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들을 보내며 일 년에 380명이 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르며 많은 사연들을 만납니다. 남다른 가족사, 행방불명이 된 형제의 사망 소식,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의 무연고 장례에서 오열했던 남자 등 그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픈 사연들을 생각하면 그때 그 장면이 떠올라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연들 중 유독 가슴이 먹먹한 장례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들을 보낼 때입니다. (사진 : 아기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빈소 제단에 배냇저고리와 바나나우유를 올렸습니다.) 제단에 우유를 올리다 2019년 6월 작은 관이 등장했던 두 번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한 종교단체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어 어린이병원에서 일 년을 살다간 ㄱ아기. 발견 당시 수두무뇌증을 앓고 있었던 남자아기 옆에는…

자세히 읽기

[ 나눔장례지원] 故 금경도님, 고이 잠드소서

부인은 베트남인이고 딸은 4살입니다. 한국어가 안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형편도 안됩니다. 현재 암 말기이며 1달 선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3월의 어느 날 나눔과나눔으로 자신을 후배라고 밝히시면서 선배의 장례를 의뢰하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수님은 베트남인이고 딸은 4살이라고 하셨습니다. 베트남에서 결혼을 하시고 십 년 넘게 사시다가 대장암이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되어 치료차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하셨습니다. 진찰을 받아보니 이미 대장암 말기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3월에 장례 신청을 미리 하시고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조금은 괜찮아지셨나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6월 9일 일요일 새벽 나눔과나눔으로 금경도 님께서 사망하셨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어느 병원에 계시는지 묻는 제 질문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협약된 신화병원 장례식장으로 연락을 드려 빈소가 있는지 여쭤보고 최초…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50년 만에 영정사진으로 아버지를 만난 딸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5월 장례이야기 50년 만에 영정사진으로 아버지를 만난 딸 그의 삶이 끝났지만 생전에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동행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는 이름이 아닌 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실을 전해줍니다. 죽어서야 들을 수 있는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사진 : 쪽방에 살았던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과 단절되었던 가족, 그리고 종교단체 봉사자들) 쪽방촌 지인들이 준비해온 영정사진 나눔과나눔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하면서 이어진 관계망들이 있습니다. 돌봄, 인권, 웰다잉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와 관계자들은 서로의 영역을 넘어 교류하고, 추모제를 열거나 협의체를 구성하여 공통의 관심사를 풀어 나가는 등의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그중에 쪽방촌 분들은 같은 공간에 살았던 분들의 무연고 장례를 함께 치른 적도 있고, 장례 후 음식 나눔을 통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가끔 쪽방촌을 방문을…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고 이남선 님, 고이 잠드소서.

"착하고 똑똑한 오빤데, 결혼도 못 하고...어머니가 사기당해서 전 재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그걸 해결하려고 재판을 하다가 정신이 그만...." 80이 넘은 오빠를 보내는 여동생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빈소 앞에서 오빠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한참을 소리 내 흐느껴 우셨습니다.   고인은 1940년생으로 주민등록은 되어 있지만, 사실 위로 4명의 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부모님은 출생신고를 늦게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제 나이는 80이 넘으신 거죠.  당시 집안은 부유했고, 다섯 번째로 태어난 귀한 아들은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탕진하면서 이로 인해 아들이 10번이 넘는 재판을 하던 중 정신장애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결혼도 하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정신장애인으로 살다 최근에는 치매까지 겹쳐서 요양병원에 7년을 생활하시다 돌아가신 겁니다. 유일한 형제인 여동생은 오빠의 장례가 항상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오빠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 오빠를 먼저 보내야…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갑작스런 이별, 깊은 절망에도 봄이 찾아오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4월 장례이야기 갑작스런 이별, 깊은 절망에도 봄이 찾아오다 4월에도 많은 장례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이별을 당해 절망하고 있었지만 그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봄과 함께 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부고를 인터넷으로 보고 이른 아침 멀리 용인과 평택에서 벽제까지 오신 자원봉사자들은 스스럼없이 위패를, 유골함을 들었습니다. 외롭게 떠나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귀한 시간을 쪼개어 오신 분의 마음을 아직 듣지는 못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따뜻했습니다.   (사진 설명 : 먼 길을 마다않고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참석한 자원봉사자들과 의전업체 대표) 구청 앞에서 발길을 돌리다 “아버지를 무연고자로 보낼 뻔했습니다” 4월 초 나눔과나눔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 3일째 안치되어 있고 아들인 자신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상황이라 장례를 치를 돈을 구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은…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친구를 그리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3월 장례이야기 친구를 그리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는 것. 애도의 행위를 통해 완성되는 기억, 나와 나 아닌 누구일지라도 인연을 맺었던 시간을 뛰어 넘어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 ‘그리다’ (사진: 무연고자가 된 40년지기의 장례에 참석한 친구분들) 친구의 장례 운구가 진행되려던 차에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평소 같으면 운구가 다 진행되고 장례가 끝나고 나면 다시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날따라 운구진행을 코앞에 두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무연고 사망자 ㄱ님 지인인데, 언제 화장예약이 되는지 물으셨습니다. 장례가 시작되어 관이 화로로 이동중이라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 드렸지만 끊을 기미가 안 보여 억지로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 장례의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전화기는 계속 울렸고, 종교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기어이 전화를 받게 만들었습니다. ㄱ님은 가족 없이 홀로 사셨고, 숙박업체에서 함께 일하는 지인들과…

자세히 읽기

[ 나눔장례지원] 故 김애리님, 고이 잠드소서

없이 사는 사람은 죽는 것도 걱정인 세상이네요. (사진설명 : 여동생분께서 돌아가신 언니에게 비단으로 된 '예단' 을 올려드리는 모습입니다.) 2019년 3월 14일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아침에 다급한 전화 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전화기 너머 떨리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고 새벽에 언니가 돌아가셨다고 운을 떼셨습니다.  2017년 자궁암 진단을 받고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왔다고 하셨고 부모님은 연세가 두 분 모두 팔십이 넘으셨고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와 뇌경색 치료를 받고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오래된 병간호로 인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서 장례는 치를 엄두도 못내고 계시는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눔과나눔에서 장례지원을 해드리기로 결정이 난 후 여동생분께 전화를 드리니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이 터지셨습니다.  "미안해요. 도움을 주신다고 하셔서 너무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나네요." 그 순간 뭐라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말문이 막혔습니다. 빨리 고인분과 여동생분을 만나서 빈소를 차리고 위로를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자세히 읽기

[나눔장례지원]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 삶이 정지되다

2월 장례이야기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 삶이 정지되다 (사진 : 눈 내린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 설날, 누군가에게는 복을 받으라 빌고 또 누군가에게는 건강을 빌어주는 시간, 새로운 해가 떠오르고 그 기운을 받아 서로의 안복(安福)을 빌어주는 고마운 시간, 까치가 우니 문밖을 내다보고 혹시라도 그 복을 받으러 오는 이가 있기를 기원한다. (사진 : 7년간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오빠의 장례에 참석한 동생) 오빠의 사망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다 2월 중순 한 남성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님이 자신의 처남으로,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되어 무연고로 위임을 하셨는데, 화장일이 언제인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례일정을 안내해 드리니, 매제인 본인은 지체장애인이라 참석이 어려운 사정을 살펴달라며 대신 잘 모셔달라는 부탁을 전했습니다. 장례 당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이○○ 님의 두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오신 동생들은 7년 동안 보지 못했던 오빠의 사망소식에 많이 놀랐지만…

자세히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