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고 윤충선님 고이 잠드소서

세월을 넘은 애증의 무게

신청서 한 통으로 맺어진 동행

2015년 5월 어느 날 기초생활수급자 장례지원 신청이 들어왔습니다. 바로 전화연결을 했더니 장례대상자가 아직 사망 전인데 사고로 사경을 해매고 있고, 아들인 본인과는 가족의 인연을 끊고 산 지 30년이 넘었지만 마지막을 같이 하고 싶다는, 하지만 장례를 치르기에는 생활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나눔과나눔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장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차근차근 장례절차를 말씀드리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8개월이 지난 2016년 1월 26일 오후 또 다시 전화기가 울렸고 사망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환자가 사망한 병원이 서울이 아니어서 우선은 나눔과나눔과 협약된 병원으로 시신을 운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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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을 홀로 지내다 사고로

고 윤충선님은 1941년생으로 강원도 횡성에서 홀로 20여 년 동안 기초수급자 생활을 해오다 지난 해 4월경 사고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경찰에 발견되었습니다. 사고 이후 원주 성지병원으로 이송되어 집중치료실에서 산소호흡기에만 의존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들 분은 당시 긴급의료지원을 신청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나눔과나눔에 상담을 했고, 돌아가신 이후 서울 또는 인천으로 이송해 장례를 치르고 싶어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후 상태가 호전되어 최근까지 경기도 포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1월 26일 13시 25분 경기도 포천 메디힐포천요양병원에서 사망하신 고 윤충선님의 사인은 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 폐렴, 당뇨, 뇌출혈 등이었습니다. 홀몸으로 살면서 건강을 챙기기 힘드셨을 것이라 추측이 됩니다.

단절된 가족, 원치 않은 재회

서울서북시립병원에서 치러진 장례식엔 유가족으로는 아들, 딸, 그리고 이혼한 전 부인이 참석하셨습니다. 장례신청자의 동생인 딸이 막 성인이 되기 전부터 따로 살았고, 그 기간은 이미 30년을 넘었습니다. 늦은 시각 오빠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은 고모 분이 조카를 보고 ‘오빠는 어릴 적이랑 얼굴이 똑 같은데, 동생은 못 알아보겠다.’라고 할 정도로 인연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로 떨어져 살게 되었는지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기독교장이라 목사님을 모시겠다고 했지만 사양한다는 말에서 뭔가 불편한 부분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음이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진심

30여 년의 헤어짐 끝에 고인이 된 아버지와 만난 유가족. 입관실에서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전하는 한 마디. 좋은 데로 가시라는 전 부인. 좋은 데로 가셨겠지 하는 아들. 하지만 딸은 고인에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오죽 마음에 상처가 남았으면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할까…. 하는데, 딸을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관 뚜껑을 닫았을 때 참았던 진심을 말했습니다.
“잠깐만요. 한 번만 만져 봐도 될까요?”

30년의 이별과 마지막 만남

고 윤충선님의 마지막은 아이러니하게도 30년을 헤어져 살았던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서로 아끼면서도 표현을 못 해 미워하다 헤어지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대한민국 사회는 외형적인 화려함 뒤에 풀어야 할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 중의 하나인 가족갈등, 또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르며 그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갑니다.

고이 잠드소서.

고 윤충선님의 장례는 서북시립병원이 협조해주셨습니다. 장지는 인천승화원입니다.
나눔과나눔은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를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