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고 이장한님 고이 잠드소서

아버지도 아들도 무연고 사망자로……

가족의 해체, 그 허망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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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은 하늘을 뒤덮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간간히 보였지만 혹여 비가 떨어질 수 있겠구나 눅눅한 날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화장이 예약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장례준비를 하고 들어선 승화원. 운구를 진행할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습니다.

“장한아! 잘 가라!”

 

혼자 살다 얻은 대장암

젊은 세월을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끝내 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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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30일 이장한님의 영결식엔 고인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오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지만 고인에 대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고 이장한님은 1978년생으로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경기도 성남을 거쳐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거주하다 지난 4월 27일 경기도 양평군 한 노인전문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망원인은 말기대장암으로 발병시기조차 알지 못하고 지내다 날벼락처럼 암선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혼자 지내며 아픈 증상이 있더라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셨던 듯합니다.

 

어릴 적 이혼한 부모님

함께 살던 부친이 돌아가신 후 혼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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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에 참석한 고인의 사촌형님은 어릴 적 함께 놀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일찍 이혼한 후 부친께서 고모의 가족에게 도움을 받으셨는지 사촌형님 기억엔 항상 고인이 각별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장례를 치르지 못 하고 무연고로 처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셨습니다.

일찍 재가하고 고인과 단절된 삶을 사신 어머니께서 고인의 시신을 포기하셨다고 합니다. 부모자식간의 인연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사셨지만,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 아들의 시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무연고사망자의 사망신고는 누가?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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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형님은 대장암으로 요양병원에 누운 동생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시다가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고인의 아버지가 사망신고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고인의 형편상 장례를 치를 수 없어서 시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 성남의 한 종교단체에서 장례를 치러주셨는데 시신을 포기한 터라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 여태 사망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신을 포기한 가족들은 당연히 사망신고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셨다가 많이 놀라셨다고 합니다.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사망사실을 통지해야(2014년 법개정)

시행되고 있는 경우 극히 드물어

 

나눔과나눔이 여러 해 무연고장례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이런 경우를 처음 접한 터라 관련 법조항을 찾아보았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8조의2(무연고자 등의 사망)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시장 등이 무연고 사망자 등을 처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사망지·매장지 또는 화장지의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본조신설 2014.12.30.]”

관련기사를 찾아보니, ‘무연고사망자의 사망신고가 안 된 점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한 지자체에서 사망사실을 통보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해당 관청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등 이 문제에 관한 폐해를 여러 번 지적해 왔던 상황이었습니다.

죽어서도 진짜로 죽은 사람이 아닌 아이러니한 현실을 눈앞에서 맞닥뜨리고 나니 참으로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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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은 날씨만큼이나 눅눅하고 답답한 날로 기억됩니다.

젊은 날을 꽃피우지도 못하고 아프게 돌아가신 고 이장한님.

다음 세상에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