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혼자 살며 힘들게 모은 돈
지자체에 기부한 후 떠나셨습니다.

5월 중순 용산구청 복지정책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용산구에 사셨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인데 곧 무연고사망자가 되실 예정이라 장례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상주역할도 하고 영정사진도 준비하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보이셨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혼자 사시다가 돌아가신 후에도 무연고가 되어 마지막을 쓸쓸히 가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동안 참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 해주시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고 강천일 님은 1945년 5월 5일생으로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시다 2016년 4월 25일 6시 30분경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고인은 말기암을 오래 앓으셨고, 최종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고인은 평생을 혼자 사시며 빌딩 청소원, 가락시장 짐꾼, 구두닦이 등의 일을 하셨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시며 사셨지만, 생전에 한 푼 한 푼 모은 3천만 원이 넘는 재산을 용산구청에 기부하신 후 닷새 만에 생을 마감하셨다고 합니다.
용산구청 복지과 담당자는 “어르신께서 평생 모으신 돈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며 용산구의 복지재단에 귀한 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5월 20일 이른 아침에 승화원은 여느 때처럼 분주했고, 영결식에 참여한 분들 덕에 가족대기실이 꽉 찼습니다. 원성스님의 염불을 들으며 고인의 고된 삶을 생각했습니다. 힘겹게 사셨을 텐데 남을 위해 큰 마음을 내어주셨다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눔과나눔이 지원하는 행복한 마지막 동행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했고, 고인의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고 강천일 님 고이 잠드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