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고 조영희님, 고 김병두님 고이 잠드소서

언제까지 혈연만을 기준으로 가족관계를 결정해야할까요?
15년이나 함께 살을 맞대고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살던 아내를 무연고사망자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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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4일 화요일 조영희님과 김병두님을 모신 운구차가 평상시보다 이른 12시에 화장을 위해 서울시립승화원에 도착했습니다. 조영희님은 1960년1월21일 생으로 지난 8월27일 유방암으로 57년의 삶을 마감하셨고, 김병두님은 1955년6월16일 생으로 지난 8월28일 폐렴으로 62년의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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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례는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얼핏 보면 장례형식은 같아 보이지만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마지막을 동행하는데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그날 만남의 느낌과 감정이 다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영희님 사연으로 마음이 더 먹먹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가족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가족이라면 당연히 혈연중심의 가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나눔과나눔 장례지원 활동을 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가족을 틀을 깰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단절된 가족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경제상황이 가족의 유대관계를 규정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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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분들이 그 동안의 이웃하면 살았던 정으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도, 수양딸로 몇십 년을 함께 살았어도, 오늘 조영희님과 같이 15년을 함께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았어도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습니다. 이웃분들이 수십 년을 이웃하며 살던 어르신을, 수양딸이 어머니를, 남편이 아내를 막상 죽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혈연의 가족을 찾기 위해 사랑하던 사람의 시신을 ‘무연고사망자’로 차가운 안치실에 보관하는 것 이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할 방도가 없습니다. 정말 언제까지 혈연만을 기준으로 가족관계를 결정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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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늘 조영희님의 남편분은 무연고사망자로 화장될 때 나눔과나눔이 장례를 치러준다는 말씀을 듣고 꼭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구청에서 무연고사망자 관련 공문을 접수하고 바로 남편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남편분은 “다음 주 화요일에 일을 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라며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남편분은 화장장에서 나타나시지 않았습니다.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 커집니다. 15년이라는 인연이 짧지 않은데, 하루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정말 오고 싶지만 하루의 시간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 생각됩니다. 어쩌면 고인과의 마지막을 보낼 단 하루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우리네 삶의 팍팍함에 더 마음이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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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날 바람이 붑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에도 바람이 붑니다.

고 조영희님, 고 김병두님 고이잠드소서.
나눔과나눔이 당신의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