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겨울바람이 지나간 거리, 마지막 숨이 끊어진 ‘비정성시(非情城市)’

겨울바람이 지나간 거리
마지막 숨이 끊어진 ‘비정성시(非情城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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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누군가는 희망을 꿈꾸며 새로운 첫발을 내딛고, 다른 누군가는 지나간 해에 묵은 것을 끝내 버리지 못해 아쉬워했을 겁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해를 넘겨 이어온 겨울이 얼마나 참혹할 것인가를 걱정하며 이별의 현장에서 이름을 태울 겁니다.

2017년 1월 12회 26명, 2월 15회 31명, 나눔과나눔은 1월과 2월 사이 57명의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달력을 빼곡히 채운 장례일정에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두 달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일주일에 엿새를 꼬박 장례로 채운 적도 있을 만큼 이번 겨울은 나눔과나눔에게 참 버거운 계절이었습니다.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던 건 뜨거운 마음으로 저희와 함께해주신 자원봉사자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슬픔을 나누며 우리는 새로운 계절이 빨리 오길 간곡히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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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겨울!

쪽방, 고시원 15명, 노숙, 시설, 주민센터(주민등록말소) 16명
요양병원 9명, 자택 11명, 확인미상 및 기타 6명

겨울이라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머문 곳이 쪽방, 고시원 그리고 노숙의 현장들이 많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수치상으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유독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설 명절을 맞이하여 결연장례를 약속한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 알았습니다. 겨울은 외출하기 힘든 시간이라는 것을. 외롭게 홀로 지내시는 분들에게 ‘외출’이라는 건 그래도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스치며 그래도 이 세상에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순간.
하지만 겨울은 그런 귀한 시간을 가지기 힘든 계절이었습니다. 결국 작은 방안이 세상의 다가 되고, 마음은 점점 우울해집니다.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술을 찾게 되고, 깨고 나면 우울감은 점점 심해집니다. 결국 힘든 시간이 찾아오고, 살아야겠다는 희망은 끝내 희미하게 꺼져버립니다. 그런 겨울을 끝내 못 넘기고 세상과 이별하는 분들이 안타깝게도 너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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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이별, 슬픔의 도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다 보면 정말 많은 사연들을 접합니다. 슬픈 가족사, 사회부적응, 가난 등 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슬픈 현실들을 직면하며 이 사회의 비정함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28년 전 둘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간 후 연락이 없던 남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는 끝내 남편에게서 왜 그랬는지 이유를 듣지 못했습니다. 관 앞에서 ‘도대체 왜 그랬냐’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구순구개열을 안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었지만 27개월 동안 폐렴으로 병원에 누워있었던 아이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부모가 누군지 알지도 못한 채.
20년 넘게 공무원으로 살다 이혼 후 거주불명자로 10년 만에 무연고자가 된 가장은 무연고사망자가 단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큰아들도 그리고 막내아들도 시신을 위임한 노모의 곁에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아들이 있었습니다. 고시원에 살다 폐렴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아버지, 두 아들은 시신위임을 포기했고, 마지막 그의 곁을 지킨 건 호적에도 올라있지 않은 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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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

2017년도 어느 덧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귓불을 스치고, 옷깃을 붙드는 때가 많지만, 얼마 안 지나 겉옷을 말아 쥐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계절이 바뀌면 무연고사망자의 숫자가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봄바람은 그 누가 앉았던 문래역승강장 의자위에 슬며시 앉았다가 서울역 2번 출구로 나와 프레스센터 지하도에 맴돌다 수락산 등산로의 꽃향기를 안고 거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 향기 가득 머금은 바람은 쪽방, 고시원에도, 요양병원에도 삶의 희망을 전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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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2017년 1월
박정호, 정영미, 김민, 박철현, 차성남, 이근창, 이태일, 고영철, 고동식, 김응수, 이기식, 김인봉, 김기석, 백금노, 장규수, 한만봉, 서삼석, 전병호, 노봉준, 이희장, 김성부, 박훈배, 김범훈, 한태복, 오인주, 이철이 (총 26분)

2017년 2월
이성엽, 전만호, 방의문, 이만호, 진풍천, 이정희, 나민주, 유하은, 김승도, 김정복, 김광일, 임여산, 최인석, 이태형, 김현기, 김기영, 임인주, 김건중, 김종만, 김철용, 조옥희, 백국현, 김남석, 조성호, 김종식, 이승호, 조희관, 이명덕, 이대흥, 두동화, 고춘용(총 31분)

2017년 1월과 2월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쉰일곱 분들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리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