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서럽게 써내려간 이별의 각서, 죽어서 받은 이별의 통보

서럽게 써내려간 이별의 각서, 죽어서 받은 이별의 통보

“위임(委任), 시신포기”

위임서작성사진

시신포기의 비율 80%

흔히 일반적으로 무연고사망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족 등의 연고가 없이 돌아가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게 되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무연고사망자 중 가족이 있지만 시신을 위임한 경우가 80%이상에 달합니다. 단절, 경제적 요인, 고령 등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형편으로 부모와 자녀, 그리고 형제자매들이 행정기관에 가족의 시신을 위임하는 이러한 사례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무연고사망자 증가의 대표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나눔과나눔은 스물여덟 분의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이중 사망당시 가족이 없는 분으로 확인된 분은 여섯 분(21%)에 불과했습니다. 열일곱 분(61%)은 가족이 시신을 위임한 사실을 확인했고, 나머지 다섯 분(18%)은 가족존재와 시신위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미확인된 사례가 더 조사해볼 경우 시신위임의 비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위임서(수정)

너무나 빠른 시신포기

무연고사망자 처리공문을 받고 운구업체로부터 화장일자를 통보받으면 나눔과나눔은 장례를 준비합니다. 공문에 찍힌 숫자들로 고인의 돌아가실 때의 연령과 계절 등을 알게 되고, 그 사실들을 통해 무연고사망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게 됩니다.
3월의 장례를 살펴보니 돌아가신 지 빠르면 사흘 만에, 늦게는 86일을 기다려 장례를 치른 분도 계셨습니다. 이중 시신을 위임한 17개 사례 중 사망 혹은 발견된 지 20일 이내에 화장이 이루어진 경우는 총 10건이었습니다. 10명 중 7명은 가족의 사망소식을 듣고 한 달 안에 시신을 포기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신을 포기합니다.” – 아들
“10년간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현재 지방 거주, 건강과 생계 문제로 인해 장래를 치를 수 없습니다.” – 여동생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사체처리를 행정기관으로 의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 어머니, 형

무연고사망자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50대(39%)였습니다. 이들의 사망소식을 들은 부모는 고령으로 인한 치매 등의 이유로(5건), 자녀는 아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불안한 경제적 사정 등으로(3건) 시신을 포기했습니다.
시신을 포기한 가장 많은 작성자는 형제자매로 9건(53%)이었습니다(부모와 형제자매, 자녀의 중복된 포기사례들이 있습니다). 같은 부모 아래 자랐고, 정을 나누었지만 성인이 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다 중년이후 형제자매의 사망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힘든 상황을 포기각서로 대신했습니다.

마음의 빚으로 쓰는 마지막 이별편지

“‘단절’, ‘경제적 형편’ 등의 사정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어떻게 살았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저에게 왜 그랬는지도 묻지 말아주세요.
그저 한때 가족이었던 이유로 제가 지금 당신과 헤어지겠다는 약속을 전하니, 그 사정을 알아주세요.
저 대신 나라에서 잘 보내줄 겁니다.”

가족이었기에 써야만 했을 마지막 고백을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원망할 수 있을까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포기하는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동생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죄책감을 토로한 형님은 평생 그 ‘한’을 어떡하느냐고 울부짖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은 곧 남아있는 자의 몫일 겁니다.

고운님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3월 무연고사망자
조태현, 정창관, 황인규, 김창식, 남궁용해, 이필남, 박상덕, 채창호, 김일환, 신을철, 김중출, 김찬수, 안용근, 정태일, 김동신, 김창수, 김형곤, 김상철, 이우성, 이쾌희, 김윤영, 송광일, 이하영, 박상곤, 김귀선, 최광용, 전월수, 무명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여덟 분들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 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