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가족을 버리라 하고 날더러 살라 한다

가족을 버리라 하고 날더러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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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도 가족이 있다

드물지만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유가족이 참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록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신을 위임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 화장하는 절차라도 보기 위해 승화원에 오시는 유가족들은 나눔과나눔이 진행하는 장례에 어리둥절해 합니다. 처음에는 구청 직원이냐고 물으며 데면데면하다가 장례가 진행되면 안내에 따라 향과 술잔을 올리고,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대화하는 자리에서 유가족은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여러 번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이혼, 단절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이 많아졌고, 직계가족이 없는 경우 형제나 친척들은 서로 연락을 하며 살지 않으면 생사확인이 어렵습니다. 각자 살기에 바빠 좀 더 좋은 상황이 되면 연락하자 다짐하며 살다가 막상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가면 그동안 밀린 병원비와 안치료에 놀라고, 비용을 물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면 어쩔 수 없이 시신인수를 포기하게 됩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경우겠지만 유가족이 시신을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무연고사망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제적등본상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주소지가 불분명하여 등기우편이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고, 우편을 수령했더라도 아무런 회신이 오지 않는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연고자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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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포기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을 마지막까지 남의 눈치를 보며 보내야 하는 현실입니다. 2017년 4월까지 나눔과나눔 무연고사망자 아흔아홉 분 장례에 유가족이 참석한 경우는 총 일곱 번이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아들의 장례에 아들의 지인을 보낸 경우를 합하면 8차례.
무연고사망자의 유가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립니다. 시신을 포기했으니 장례에 참석하는 것도 당연히 꺼려지겠지요. 지난해 치른 장례 중 아버지도 아들도 무연고사망자가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수 없어 시신을 위임한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무연고사망자로 보냈습니다. 지방의 한 종교단체에서 치른 부친의 장례식, 혹 자신의 모습이 발각되어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 아들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들 역시 젊은 나이(30대 후반)에 대장암으로 사망하여 무연고사망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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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린 사람, 용서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 가출한 남편의 생사를 28년간 알지 못하고 살다가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아내는 끝내 시신인수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관 앞에서 아내는 “도대체 왜 그랬냐?”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10년 전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어 직접 시신을 포기한 20대 중반의 아들. 제물상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는 자신을 버렸지만 그래도 자신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다며 당당하게 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을 잃고 살아가는 상실가족. 그들에게 제일 힘든 건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상실감일까요? 호스피스센터에서 상실가족들을 대상으로 죽음교육을 하고 계신다는 한 수녀님에 따르면 그들에서 가장 힘든 건 가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죽는 날까지 갖고 살아야한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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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희 삼촌이 무연고사망자였나요?

2017년 4월 어느 날 나눔과나눔은 한 남성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방에 거주하고 계신 분으로 큰아버지와 지난해 9월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아 아버지께서 걱정이 많으셨는데,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큰아버지의 이름을 입력해보았더니 나눔과나눔이 검색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카분은 나눔과나눔 홈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큰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했는데, 무연고사망자 명단에 속해 있는 것에 놀라서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카분이 주신 정보로 찾아본 결과 나눔과나눔에서 지난 2월에 무연고로 장례를 치러드린 분과 동일한 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조카분은 다시 전화를 주셔서 “큰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황망해 하셨던 아버지께서 행방불명된 형님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며, 장례를 치러준 나눔과나눔에 깊이 감사한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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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사망자 검색시스템 필요

가족 중 누군가의 행방이 불분명하고 그 시일이 오래된 경우 실종신고를 하지만 찾게 되는 확률은 낮은 편입니다. 특히 무연고로 사망한 경우 해당 지자체에 문의를 해야 하는데, 전국의 200개가 넘는 지자체에 일일이 알아본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무연고사망자의 화장 기록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전가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독사, 고립사 등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죽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가족이 가족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지 않도록 관심과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일본군위안부 이순덕 할머니

기초생활수급자 안영준

4월 무연고사망자
진종균, 박희정, 정영도, 김학인, 진호덕, 송복수, 이종윤, 김성애, 이명규, 박대성, 이장호, 김충근, 강성길, 한별, 고석영, 김옥주, 한재규, 우영철, 최윤식, 유화영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두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