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행복의 조건, 돈?

행복의 조건, 돈?

너 쟤들이랑 놀지마.

최근 ‘휴거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주택공사(LH)에서 분양한 공공임대주택 ‘휴***’에 사는 사람을 ‘거지’라는 단어를 붙여 비하하는 뜻의 신조어 ‘휴거지’는 어느새 아이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게 된 흔한(?) 말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사는 조건에 따라 차별해서 사귀는 요즘 행태를 반영한 말이라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 스스로 만든 말이 아니라 빈부의 격차에 따라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구분 지으려는 어른들의 생각이 담긴 말입니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현실에 화가 나지만, 생각해보면 예전 어른들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너, 쟤들이랑 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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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로 연예인이 학창 시절 친구를 집에 데려와 밥을 먹였는데, 마침 귀가해서 이 광경을 본 어머니가 딸의 뺨을 때리며 “저딴 계집애를 집에 데려와?” 하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딴 계집애’는 ‘못사는 집에 사는 애’라는 뜻이었고, 가난하고 못살던 시절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형편에 집에 데려와 밥까지 대접(?)한 딸의 생각 없는 행동에 화를 냈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으라고 이야기한 사연이었지만, 그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건 다들 못살던 시절이었다고 말하기엔 ‘돈’이 가진 위력이 너무나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삶은 ‘돈’에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100원 동전 지폐 100won coin banknotes

남자가 사람 노릇 하려면……

돈, 돈, 돈 하지 말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가족을 위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제일 손쉽고(?) 잘 드러나는 것이 돈이라고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결국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돈을 들인다는 겁니다. 특히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와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척도 중 하나가 경제적인 자신감이고, 그제서야 사람 노릇 좀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그렇게 사람의 됨됨이를 정하는 척도로 여겨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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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 유가족분들이 참석하신 장례가 떠오릅니다. 지방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집안의 장남인 형님은 스무 살이 되어 가족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홀로 서울에 왔습니다. 7, 80년대 중동 붐을 타고 건설 현장을 누비고 그 대가로 한국으로 와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살 만큼 형님은 당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사셨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부동산 투자에 실패해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형님은 이혼 후 처와 자식을 보내고 홀로 살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형님은 부모님의 장례뿐 아니라 가족들의 대소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만큼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사셨습니다. 가진 건 모두 남에게 퍼주는 정 많은 형님은 끝내 가족들과 연을 끊고 살다 고인이 되어 가족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돈 벌어 꼭 함께 살자던 형제

지난해 말 장례를 준비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동생의 장례에 참석하고 싶다는 형님의 전화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이 가난해서 형님은 고모님 댁에서 더부살이를 해 부모님, 동생과 떨어져 살았다고 합니다. 형제는 나중에 돈 벌어서 꼭 함께 살자고 이야기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여서 성인이 된 후에도 연락도 수시로 하고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정착할 정도의 경제적 여유 없이 따로 지내던 시간은 길어졌고, 지병이 있었던 동생은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형제의 사연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장례에 갑작스런 일정 변경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원래 주말에 예정되었던 장례가 주중으로 바뀌었고, 형님께 전화를 드려 변경된 일정을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며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전화를 끊어야 할 상황이라던 형님은 한나절이 지난 후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당시 형님은 식당에서 일을 하고 계셨는데, 자신을 대신해 근무해줄 사람을 결국 구하지 못해 동생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울먹이셨습니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데……

“특급열차 타고 싶지만 왠지 쑥스러워서/완행열차 타고서 간다. 그리운 고향집으로./
차가운 바람 맞으니 두 눈이 뜨거워지네./고향으로 가는 이 마음, 이 기차는 알고 있겠지./
말 못 할 설움과 말 못 할 눈물은 차창 밖에 버리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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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라는 노래는 성공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나마 돌아갈 품이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끝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홀로 고립되어 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무연고사망자들의 사연들이 생각나 울컥한 마음이 듭니다. 통계에 따르면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들이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지내며 행복을 누리는 삶, 그 조건으로 ‘돈’을 떠올리는 씁쓸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

기초생활수급자 박동석, 박상남

5월 무연고사망자
김동수, 최경희, 이춘대, 진미지자, 박진숙, 이규창, 한상호, 이홍균, 홍영식, 이정만, 신인석, 김경석, 최종기, 배정웅, 곽석주, 유영주, 정태형, 박호묵, 장간난, 남정보, 박동수, 김종오, 조형수, 박정근, 이성희, 임수철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여덟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