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왜 우리의 시선은 이러한 여성에게만 향할까?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간 아기들

지난 6월14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진행된 나눔과나눔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32주 정도 된 아기를 위한 위패가 놓였다. 아직 주민등록번호도, 이름도 없는 아기를 위한 위패이기 때문에 “무명”으로 올렸다. 아기의 엄마가 여러 사정으로 아기의 장례를 치를 수 없어 시신을 위임했고 아기는 무연고사망자가 되었다.  ‘여러 사정’이라는 말 가운데는 경제적 상황·출산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 등 겉으로 드러나는 혹은 나타나지 않는 정말 다양한 사연과 감정들이 묻혀있다.

20170614_무연고사망자 장례

그리고 같은 달 27일, 부산의 한 화장장 앞 운구차에서 작은 아기관 2개가 내렸다. 그 위에는 ‘산모 일’, ‘산모 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눔과나눔의 무연고사망자 장례와 같이 주민등록번호도, 이름도 없는 아기이기 때문에 장례식장 측에서 급하게 이름을 지어줬다는 두 아기의 관이었다. 두 아기는 열흘 전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유기된 채 발견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17일,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신생아 시신 2구가 발견되었는데, 피의자인 여성은 2014년 9월, 병원에서 첫째 딸을 출산한 뒤 혼자 살던 집으로 데려와 이틀간 방치해 사망하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1월, 피의자가 샤워 중에 둘째 딸을 출산하여 본인도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아기가 죽어 있어, 이후 냉장고에 두 아기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한다.

궁금한 이야기 Y.E365.170630.냉장고에 내버려 둔 영아 시신 2구, 엄마가 얼려버린 진실은 무엇인가? 外.720p-NEXT.mp4_000769597

우리의 비난과 손가락질이 향하는 곳은?

이 기사가 나가자마자 사람들의 비난과 손가락질은 자연스레 두 아기의 시신을 유기한 여성을 향했다. 어떻게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자신이 직접 낳은 아기를 차디찬 냉장고 안에 유기할 수 있는지, 이것은 모정을 저버린 인면수심이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번 소식을 들으며 어이없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여성만을 처벌하고 사회에서 격리한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2006년 한국과 프랑스 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벌어진 영아 살해 냉장고 유기 사건, 2009년 돈이 없어 낙태를 못하고 있던 임산부가 회사에서 근무 중 갑자기 진통이 오자, 급히 화장실 변기에서 홀로 출산을 했는데 태아가 죽은 채로 나온 줄 알고 비닐봉지에 씌워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 지난 해 베트남 출신의 유학생이 대학 기숙사에서 낳은 아기가 숨지자 지하철역에 버린 사건 등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 5년간(2011∼2015년) 영아유기 범죄 건수는 609건에 달한다.

아동유기 통계

우리의 시선이 향해야 하는 곳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사회는 혀를 내두르며 여성을 손가락질했다. 이러한 비난과 손가락질이 일시적으로 우리의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이 또 다른 아기의 사망을 막지 못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꾸어야한다. 아기를 유기한 비정한 여성만을 향했던 시선을 여성들로 하여금 아기를 버리도록 만들고 있는 한국사회로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아기를 유기한 여성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다. 아무리 죽은 채 아기를 출산하였다 하더라도, 혹은 어떤 이유로 아기가 죽었다고 해도 절차에 따라 화장과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체유기죄로 벌을 받아야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너무도 쉽게 우리의 시선은 잘못한 여성들을 향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당신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혼모로 임신하고 출산했는데, 가족은 물론 그 누구의 도움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출산과정 혹은 출산직후에 아기가 죽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러한 황망한 상황에서 사회적 기구 또는 공공기관 중 어디에, 누구와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좋을지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 아마도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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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한국사회에는 이런 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사회적 기구 또는 장치가 없다. 물론 미혼모지원센터, 한부모가족지원센터, 건강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일정 정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 이러한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미혼모가 아기를 출산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임신 사실도 모른 상태에서 한참을 지내다가 뒤늦게 임신을 깨닫고 머뭇거리다 혼자서 출산한다. 그러다가 이번 부산 피의자처럼 출산과정 혹은 출산직후에 아기가 죽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을 상담할 공공기관을 상상해 본다

한국사회에는 가족 또는 지인 등이 죽으면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하는지 무료로 상담할 사회적 기구 또는 공공기관이 없다. 장례는 흔히 장례식이나 상조회사에 문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죽음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올지 모른다. 죽음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불쑥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족과 지인의 죽음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상담하고 지원할 사회적 기구 또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부산 피의자처럼 아기의 죽음을 마주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상태에서,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기의 시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하는 곳이 있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지난 6월14일 나눔과나눔이 장례를 치른 32주 정도 된 아기의 엄마 곁에는 아마도 누군가 조언해 줄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8개월만에 세상에 나와서는 그대로 세상과 작별한 아기를 여러 사정으로 엄마는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 아기를 화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나눔과나눔이 아기의 장례를 치렀다. 만약 부산 피의자가 첫째 딸이 죽었을 때, 누군가 조언해 줄 사람이 있었다면, 혹은 아기의 죽음을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할 공공기관이 있었다면 지금 그의 삶은 누군가와 행복한 삶을 가꾸고 있지 않았을까.

포인팅

우리의 비난과 손가락질이 향할 곳은 아기를 유기한 여성들이 아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아기를 버리도록 만들고 있는 한국사회로 우리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기구 또는 공공기관을 떠올리는 것이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