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가족에게 돌아가는 시간, 10년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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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아팠던 여름, 8월
무더위가 극성을 부렸던 2017년 8월, 사람들의 뇌리에 기록될 만큼 힘겨웠던 여름으로 기억될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습니다. 폭염주의보는 오전부터 휴대폰의 굉음을 일으켰고, 열대성 스콜인 양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지나간 오후엔 높은 습도로 안경 너머 뿌연 세상을 사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올해 여름은 강한 열기로 땅을 달궜고, 불행히도 그 땅위에서는 너무나 많은 이별이 있었습니다.

서른여섯 분과의 이별
8월에는 참 많은 장례가 있었습니다. 나눔과나눔은 한 분의 위안부할머니와 세 분의 기초생활수급자, 그리고 스무 분의 무연고자와 이별을 했습니다. 나눔과나눔과 함께 서울시 무연고장례의전사업을 하고 있는 예지원이 모신 열두 분까지 합하면 모두 서른여섯 분. 그렇게 많은 이별과정에서 만난 사연들은 참 다양하고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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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홀로 보낼 수 없어 장례에 찾아온 사람들
그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던 날, 빈소를 차린 시립승화원의 가족대기실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염불봉사로 장례에 참여하신 분들과 두 분 고인의 지인분들 등 합해 보니 족히 스물다섯 분이 넘었습니다. 고인 중 한 분은 동자동쪽방에 사시다 돌아가신 분으로 살아계셨을 때 같이 얼굴을 보며 지내시던 지인분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빈소 문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성거리며 빈소 안을 조심스럽게 기웃거리다 안내를 받은 후 눈치를 보며 들어오셨습니다. 고인은 다름 아닌 탈북민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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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통일이 될까요?
장례에 참석한 분들은 탈북민지원단체 직원들과 고인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온 분들이셨습니다. 고인은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하여 죽을 고생을 하다 태국 방콕에 있는 감호소에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한국으로 와서 사시다 최근 병에 걸리셨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자택으로 돌아와 계시다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에 참석하신 분들은 “살기 위해 그렇게 죽을 고생을 하고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셨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시면 유골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하시는 지인분들께 무연고자의 경우 ‘무연고추모의집’에서 10년 동안 안치되었다가 10년이 지나면 합동으로 안장이 된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듣게 된 가슴 아픈 한 마디.

“가족들이 찾아와야 되는데…… 그러면 10년 안에 통일이 되겠습니까?”

무연고자가 되는 사람들
무연고자란 ‘연고자가 없는 자,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자,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을 거부, 기피한 자.’
무연고사망자는 지난 5년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1년 693명에서 2015년에는 1,245명으로 거의 2배 수준에 달했습니다. 단절, 경제적 이유로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을 위임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로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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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장례는?
한편 2017년 현재 3만 명을 넘은 탈북자와 2008년 이미 100만 명을 넘은 이주노동자(미등록 경우도 25만 명 추산) 등 한국에 살고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국적, 비자 문제 등으로 아파도 제대로 된 의료수급을 받지 못하고, 협소한 관계망 등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소외되어 죽음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극적으로 살다가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사망하는 숫자는 점점 늘어, 나눔과나눔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외 국적자 및 탈북자의 무연고장례를 치른 경우가 10건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사회공헌의 측면에서 이주노동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상조회사나 국제장례지원센터 등 이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활동이 있지만, 점차 사회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사회적인 관심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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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일본군위안부 하상숙 할머니

기초생활수급자
조정심, 차숙자, 임부호

8월 무연고사망자
김순용, 권덕균, 김재석, 이보금, 홍승표, 이차형, 김한기, 이춘근, 박현호, 김기생, 방윤동, 방철한, 불상, 김수갑, 이진숙, 강세구, 이진순, 김정학, 김선행, 박건성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네 분들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 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