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무덤방에서 삶을 마감한다

폭염, 무덤방에서 삶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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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자동사랑방)

쪽방, 고시원 등 홈리스사망자 증가
2017년 9월,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무연고사망자 스물다섯 분 가운데 스무 분은 올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거주지가 쪽방, 고시원 혹은 노숙을 하셨던 분들(홈리스)은 다른 달에 비해 유난히 많았습니다. 보통 겨울에 홈리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무연고장례가 많아지는 건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못지않게 여름 또한 홈리스분들에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월(17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16명의 홈리스분들이 9월 한 달 동안 무연고자가 되어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에 다시 발을 내딛는 첫 출발지
서울시 영등포, 종로, 용산 등에는 쪽방촌이 존재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큰 건물들이 즐비해 설마 그런 곳이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건물들 사이 좁게 난 골목을 들어가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거주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눕기에도 좁은 방에, 올라가는 계단도 가파르고 좁아 오르내리다 다치는 일도 빈번한 환경입니다.

길을 걷다가 눈을 조금만 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고시원. 두세 건물을 연달아 지나면 거의 하나씩 존재하는 이 공간 역시 좁기는 마찬가지로 어두운 복도를 따라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사생활 보호는커녕 환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화장실이나 주방도 공동시설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청결이 유지되기 힘든 쪽방과 고시원의 월세는 20~30만 원 정도로 녹록지 않은 수준이지만, 최소한 재기의 꿈을 꿀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며 이마저도 힘들면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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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자동사랑방)

창문도 없는 무덤방에서 우울증 경험
차라리 노숙이 낫다
한 사람 눕기도 좁은 공간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면 그 열기에 온몸은 땀으로 젖고, 선풍기라도 틀려면 전기료 1만원을 따로 내야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나마 선풍기를 틀면 본체의 열 때문에 더 덥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은 도저히 방에 있기가 힘들어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우울증은 더해가고 차라리 길거리가 낫다 싶어 일주일에 3~4일은 노숙을 하기도 합니다.

용산구 동자동의 한 주민은 자신의 방을 ‘무덤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방에 환기를 할 창문도 없고, 똑바로 누웠을 땐 발이 문 밖으로 나와 다리를 구부리거나 문을 열어 놓아야 하니 제대로 쉴 수 없는 쪽방이야말로 무덤이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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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자동사랑방)

고립되어 느끼는 소외와 외로움
언제 사망한 지도 모르는 비참한 마지막
쪽방과 고시원에는 사연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절과 실패의 아픈 기억을 안고 들어왔지만 이웃과 어울리거나 자기 이야기를 쉽게 꺼내어 놓지 않습니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굳이 꺼내어 자기의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 사는데 이미 익숙해져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세상과 단절되어 외롭게 살아갑니다. 자신을 돌보는 데 부실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건강마저 잃습니다. 혼자 비참하게 살다 언제 사망한 지도 모르게 죽어갑니다.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더위에 지쳐 마지막 순간을 홀로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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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자동사랑방)

죽음의 공간으로 전락한 쪽방, 고시원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 안정된 주거공간 보장되어야
홈리스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과거 자신의 잘나갔던 사연을 가끔 듣게 됩니다. 물론 여러 차례 관계가 쌓여 친밀도가 높아졌을 때 겨우 들을까말까 한 확률이긴 합니다만, 그런 과거를 가진 사람일수록 단절된 현실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멀어지는 게 각자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을 어두운 곳으로 고립시키고, 그 공간 안에서 안정을 찾기보다 최후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재기를 꿈꾸며 들어온 쪽방, 고시원이지만 그 자신의 현실을 대변하는 공간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끝내 스스로를 놓아 버리는 안타까운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2017년 9월, 꿈은 다시 꾸지 못했고 세상은 저물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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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동자동사랑방)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9월 무연고사망자

강훈진, 문규현, 박진, 조영철, 정영수, 이득재, 양재덕, 김장용, 장진열, 정은수, 박영수, 곽종성, 안병연, 강길옥, 이순애, 정복순, 이석주, 유영삼, 김상진, 이시원, 엄기봉, 채인욱, 우준구, 김병윤, 공봉남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다섯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