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립사, 한국 사회에 길을 묻다②” 고립사 예방대책이 답할 수 있을까

‘고립사 예방’에 안간힘을 쏟는 부산

고립사가 일상화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고, 그 후로도 상당 기간 동안 방치되는 죽음’ 즉, 고립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립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고독사예방공모

특히, 최근 들어 고립사가 단 기간에 집중되고 있는 부산시에서 마련한 고립사 예방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초 부산시는 고립사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35~49세 중년을 위한 지원업무와 고립사 예방 활동을 총괄하는 ‘중년지원팀’을 신설했으며,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관련 실·국장과 연구기관장이 참여하는 ‘고독사 예방 운영위원회’도 조직했다. 또한 생애주기별 돌봄 체계를 구축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청년, 중년, 장노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결과가 기대된다.

부산시의 이러한 고립사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과 함께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립사를 막기 위해 숙박업계가 부산시와 힘을 합쳤고, ‘어르신 말벗 도우미 로봇 보급 사업’을 통해 로봇이 어르신과 대화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면서 고립사를 예방하는 대안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부산시와 기초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고립사 예방 사업’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고독사예방사업

검증되지 않은 고립사 예방대책 그 실효성은 미지수

고립사 예방대책은 부산시 뿐 아니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하게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KT의 후원으로 쪽방촌 80가구에 고주파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스마트센서를 설치했고, 경기 남양주시도 노인 가정에 ‘활동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게 했다. 그리고 전라남도는 2016년 홀몸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친구 역할을 할 ‘고독사 지킴이단’을 발족했으며, 2017년 서울 양천구는 ‘아닐 비(非)’자와 ‘사내 남(男)’자를 통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나비男 프로젝트’를, 광주 동구는 중·장년 독거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더드림 동구 4060 위기 독거남 희망프로젝트’ 멘토단 등 자방자치단체 별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나비남 프로젝트

이렇게 고립사 예방대책 마련을 위해 광역단체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 그리고 기업들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안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들로, 과연 그 사업의 실효성이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한 가지 예로, 전라남도가 2016년 고립사에 대응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고독사 지킴이단’의 구성원들이 대거 이탈 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활동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는 실정을 감안할 때 실속은 없고 소리만 요란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고립사 예방대책’이 뾰족한 묘수가 되기 위한 제안 세 가지

사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독사 예방대책’을 최근에서야 마련․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사례를 근거로 검증되지 않아서 한계가 있고,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고민이다. 하지만 예방대책이 그 목적을 달성하고 실효성이 갖기 위해 대책 마련과 시행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할 지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부산고독사캠페인
※ 부산 금정구 남산동 행정복지센터와 사회보장협의체 회원이 지난달 남산동 일대를 걸으며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 함께 행복한 동네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금정구 제공

첫째, 천천히 하지만 꾸준한 예방사업이 시행 되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안 된다. 고립사는 갑자기 나타난 사회현상이 아니다. 20년 전인 1997년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불안정한 고용이 증가하는 등 고용행태를 비롯해 한국사회 전반이 급격하게 변화되었고, 그 가운데 가족은 해체되었다. 그리고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곧 ‘사회적 고립’ 현상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고립사가 오늘날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이 과연 어느 날 하루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고독사 예방을 위해 ‘다 함께 행복한 동네’ 만들자며 캠페인을 벌이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들과 전화 몇 번 하고 끝내면 되는 것일까?

복숭아꽃과 열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해석하면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절로 길이 난다.”는 의미이다. 즉, 산 속에 있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에 꽃이 피면 사람들이 꽃을 보기위해 모여들고, 열매가 익을 무렵이면 그 열매를 따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의 꽃과 열매가 사람을 끌어들여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고립사 예방대책도 산 속에 있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아침에 길이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니다보면 결국 길이 생긴다. 즉,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고립사가 한국사회에 그 실체를 드러낸 것처럼, 고립사가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그 날은 당장에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예방대책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때에 가능하다. 그럴 때 아무도 모르는 사이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둘째, 고립사가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고립사는 인생에 실패한 불쌍한 누군가가, 그리고 무능력하고 사회성 없는 누군가가 겪는 안타까운 현실로 치부한다면 이것은 고립사를 ‘타인의 고통’ 쯤으로 생각하는 자세다. 하지만 고립사는 나와는 상관없는 누군가가 겪는 현실이 아니다. 또한 노인의 문제만도 아니다. 고립사는 학력과도 무관하고, 가족의 유무와도 상관없이 발생한다. 고립사한 사람들은 한 때 잘 나가던 사업가도 있었고, 서울대를 나온 소위 엘리트도 있었고.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 발을 잘 못 디뎌 실패하고 여러 이유로 제기하지 못 할 때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고립 상태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 후로도 상당기간 방치된다.

각자도생 풍조, 불안정 고용과 저소득층 증가, 실패 이후 재기를 돕지 못하는 복지시스템 부재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고립사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고립사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담당자부터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시민들까지 고립사가 ‘타인의 고통’이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할 때 진정한 상황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삶의 관계 형식들을 상상해야 한다. 고립사한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이 있지만 이미 오래전 가족과는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그래서 고립사 예방대책의 초점도 관계 회복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관계는 안타깝게도 관계가 깊어져도 돌아가신 후에 장례조차 치러드릴 수 없다. 그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청와대 탄원

지난 10월 20일 청와대 청원에 ‘동반자 등록법 촉구합니다(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번 청원 글을 읽어보자.
청와대 청원

서류상 가족이 아니면,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살아온 삶의 의지했던 쪽방의 이웃들은 이웃의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제는 상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삶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 말이다. 청원 제안자의 말처럼 정형적인 직계 가족만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어떤 구분도 없이 법적 보호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 구축을 상상해보자.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나와 살고 있는, 내가 믿는, 절망 속에 언제나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진정 가족이 아닐까. 이제는 새로운 관계 형식을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상상할 때 고립사의 중심에 놓여 있는 사회적 고립의 실태가 풀리지 않을까.

고립사가 한국 사회에 길을 묻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기대 속에 발표되는 ‘고독사 예방대책’이 답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 대책이 만들어 지고 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새로운 관계 형식을 상상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보자.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