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무연고사망자는 행정처리의 대상인가?

시신위임,

무연고사망자는 행정처리의 대상인가?

 

부고캡쳐

무연고사망자의 부고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공문을 시행하면 나눔과나눔은 무연고사망자의 간단한 기록-이름, 생년월일, 주소, 사망장소, 사망일시, 사망원인 등-을 바탕으로 부고를 작성합니다. 고인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구청에 다시 문의를 하고, 운구업체에서 보내주는 화장예약정보를 문자로 받은 후 장례에 참석하기를 원하시는 자원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 부고를 올립니다. 그런데 나눔과나눔의 부고에는 일반적인 장례의 그것과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부고] 김○○(△△일보 기자)씨 부친상
▲김●●씨 별세, 김○○(△△일보 기자)씨 부친상, 주◇◇(●●본사영업부 부장)씨 장인상 = 9일 오전, 전남 ●●군 ●●병원장례식장 301호, 발인 11일 오전 ☎ 061-●●●-○○○○”

상주의 이름, 장례식장 이름과 호수, 발인날짜와 전화번호 등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부고와 다르게 특이사항으로 가족의 유무와 ‘시신위임’를 기록합니다. 고인에게 가족은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인의 시신을 위임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 바로 ‘무연고사망자의 부고’입니다.

시신위임

무연고사망자 중 90%에 이르는 ‘시신위임’. 가족이 가족을 포기하고 위임서를 써야만 하는 사연들은 다양하며, 그 중엔 가슴 아픈 사연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단절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누군가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또 누군가는 위임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합니다. 11월의 장례에서도 그러한 상황들은 반복되었습니다.

결혼 앞둔 아들의 경사에 아버지의 죽음을 묻다

가족에게서 홀로 떨어져 나와 살던 한 고인의 장례는 참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11월 말의 어느 장례일, 한 구청의 담당자는 공문을 발송하는 것을 깜빡했다며 뒤늦게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고인에겐 이혼한 배우자와 두 아들이 있었고, 세 명의 형제도 있었습니다. 고인은 과거에 음주와 폭언 등으로 가족들과 단절되어 홀로 살았고, 병을 얻어 병원에서 쓸쓸히 돌아가셨습니다. 구청에 찾아온 동생분은 형의 시신을 위임했고, 그 위임의 이유로 가족의 평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고인에겐 두 아들이 있었고, 먼저 결혼한 둘째에 이어 조만간 첫째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고인의 동생은 “그동안 형님이 집을 나간 후에도 남은 가족, 친척들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명절이나 경조사에도 항상 인사를 나누며 단란하게 지냈습니다. 형님은 술 때문에 가족들을 힘들게 한 결과로 단절되어 살았고, 이제 조카(고인의 첫째아들)가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형님의 흉사를 비밀로 묻어두기로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체포기각서이미지

가족에겐 무서운 존재, 지인들에겐 불쌍한 사람

11월 중순에 만난 어느 고인의 장례엔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왔던 친구들이 참석했습니다. 친구분들은 고인의 어렸을 때 이름(아명‘兒名’)을 아직도 부를 만큼 고인과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친구들의 기억 속에 고인은 남에게 퍼주길 좋아하는 호인이었는데, 가끔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게 잘못되어 감옥생활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고인은 감옥에서 갖은 폭행을 당해서 몸이 항상 상해 있었고, 출소한 후에도 좁은 공간에서 불안을 느끼며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그런 고인의 마지막을 잘 챙기지 못해 이렇게 먼저 보내게 되었다고 장례 내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장례 전 구청담당자와의 통화에서는 이러한 고인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고인과의 단절 후 소식을 듣게 되는 것조차 무서워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고, 미성년자인 딸은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고 시신을 위임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와 친구들의 이야기 속 상반된 고인의 모습. 가족은 시신을 위임했고, 친구들은 장례에 참석했습니다. 무연고사망자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된 장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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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인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십시오

지난 11월에 치른 가장 인상적인 장례에는 헤어진 지 30년 만에 오빠의 생사를 확인하려 서울로 올라온 여동생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고 김○○님은 서울의 한 쪽방에서 거주하시다 돌아가셨고, 고인의 가족을 찾던 중 지방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된 여동생이 계셨습니다. 오빠의 부음을 듣고 낯선 서울로 올라와 놀란 가슴을 눌러가며 여동생이 찾은 곳은 서울의 한 구청이었습니다. 구청에서는 그 자리에서 “오빠의 시신을 인수해서 가겠느냐? 아니면 시신을 포기하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뭐가 뭔지 몰랐던 여동생은 “시신을 지방에까지 어떻게 인수해 가느냐?”고 되물었고, 담당자는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시신을 위임하면 책임을 안 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빠의 시신을 두고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여동생은 다급한 마음에 시신인수를 포기했고, 지방으로 내려간 후 하루도 잠을 못 이루고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결정을 바꿀 수 있는지 문의를 했고, 돌아온 대답은 “이미 무연고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먼 길을 걸어 오빠의 장례에 참석한 여동생은 헤어져 지낸 지 30년 만에 만난 오빠의 백발성성한 사진을 보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지나간 세월에 슬퍼했고, 함께 참석한 자원활동가분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동생과오빠

무연고사망자는 처리의 대상인가?

‘스틸라이프(Still Life, 2013)’라는 영화 속 주인공은 고독사와 무연사 한 사람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공무원으로 고인의 마지막 흔적을 추적하고 장례를 치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죽은 이들의 생전 사진들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장례를 같이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주인공은 업무를 빨리 처리하라는 상부의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에서 직장에서 해고되고 맙니다. 행정처리미숙이 해고사유가 되었습니다.
최근 서울시에 공영장례에 대한 발의가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습니다.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가족들을 찾고, 장례까지 신경써주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가족들이 고인과 이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연고사망자가 더 이상 행정적인 처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족을 포기한 가족이 살아가는 동안 죄책감을 가지고 살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 등을 통해 같이 고민하는 중간 역할이 필요합니다.
장례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임을 수용하고, 가족과 지인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사회보장으로서의 공영장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소유권포기서2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일본군위안부 이상희 할머니

 

11월 무연고사망자

이진원, 박종학, 남광희, 최청송, 문길선, 김영기, 전만재, 김봉석, 조은래, 최규동, 정분자, 박진태, 김영철, 김정자, 이율, 윤석보, 무명남, 김송춘, 김명현, 이부용, 정숙철, 현남열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세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