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립사, 한국 사회에 길을 묻다③” 공영장례조례가 답할 수 있을까

‘기대’속에 발의된 서울시 공영장례조례안

지난 11월 9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위원장은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4월 나눔과나눔의 제안으로 시작된 논의과정은 7개월여 만에 ‘공영장례’ 조례안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제277회 정례회 기간 중 상정되어 오는 12월 18일 심의될 예정이다.

대표발의한 박양숙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제정안을 통해 연고자가 없거나, 있어도 장례를 제대로 치를 형편이 되지 않는 이웃들이 공공의 지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기초단체 차원에서의 공영장례조례는 있었지만 이번에 전국 최초로 광역단체 차원에서 공영장례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이번 조례 시행을 통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공영장례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양숙의원

그렇다. 기존에 발의되었던 기초단체의 조례와 비교해보면 이번에 발의된 공영장례조례는 광역단체 최초 발의라는 측면과 단순 지원의 차원이 아닌 ‘사회보장’적 측면을 고려해 기존 조례와 여러 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고민하면서 성안(成案)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공영장례지원조례의 ‘한계’

현재 공영장례와 관련된 조례는 2011년 신안군을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광산구·남구·동구·북구·서구, 괴산군, 대전광역시 서구, 2017년 5월 서울특별시 금천구까지 모두 8곳의 기초단체에서 제정되었다.

우선 조례명을 살펴보면 ‘공영장례 지원’에 관한 조례다. 명칭부터 장례를 ‘보편적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다는 단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내용을 살펴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례내용에는 기초단체 수준에서 무연고·저소득 주민 장례지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례 명칭이 ‘지원 조례’ 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이 상당히 제한 적이라는 데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조례의 지원대상이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포함) 사망자로서 ① 연고자가 없는 경우(일부에서는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까지 포함), ② 연고자가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연고사망자 중에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는 전체 무연고사망자 중에서 그 비율이 채 20%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과연 연고자가 미성년자 또는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는 전체 저소득층 가구 중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

조례안

또한 8곳 중 6곳은 병풍, 천막, 상, 향로, 촛대 등의 장례용품을 중심으로 한 현물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장례가 장례식장에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장례용품 지원이 실질적인 장례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조례들은 현물지원이 곤란할 경우 현금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금지원을 원칙으로 한 지자체도 있다. 예산이 필요한데, 과연 공영장례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까? 관련 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해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조례들은 최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장제급여의 200% 범위에서 즉, 현재 150만원 범위에서 현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예산 한 푼 없는 나홀로 조례는 아닐지, 과연 얼마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을지 2018년도 예산이 궁금하다.

‘성안(成案)’ 과정에서의 고민

광역단체 차원에서 ‘공영장례’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할까? 공영장례조례를 성안하는 과정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고민이다. 도대체 ‘공영장례란 무엇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추상적이었다. 그리고 막연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공영장례의 목적과 정의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존 조례는 “지원대상자가 사망하는 경우 장례용품을 포함한 장례절차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의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단순 ‘장례용품’ 지원과 구체적이지 않은 ‘장례절차 전반의 지원’이라는 정의 대신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했다. 나눔과나눔이 현장에서 목격한 장례의 문제점은 우선은 무연고사망자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것, 그리고 가족들이 돌아가신 가족과 이별할 수 있는 빈소라는 공간과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공영장례 정의를 이렇게 생각했다.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면 유가족의 유무와 상관없이 또는 재정적 여건과 상관없이 고인과 가족이, 그리고 고인과 지인을 비롯한 사회가 제대로 이별할 수 있도록 ‘빈소’를 마련하고 ‘고인예식’ 등을 포함한 장례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행정적·재정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제도. 정리하면, 공영장례란 연고자가 없는 사람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도 장례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직장(直葬) 방식의 장례가 아닌 최소한 가족과 지인 그리고 사회와 이별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공공이 마련해서 최소한의 장례를 보장하는 것. 이렇게 정의하게 되었다. 이 고민의 과정에서 최초 ‘공영장례지원에 관한 조례’라는 명칭은 ‘지원’이 아닌 사회보장적 차원의 공영장례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영장례’ 조례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공공이 장례를 보장하는 이유는 고인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살아 있는 가족들이 돌아가신 분과 제대로 이별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1118_무연고사망자장례지원 (13)

두 번째 고민은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이었다. 기존 조례의 가장 큰 한계가 바로 ‘지원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었기 때문에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① 연고자가 있거나, 연고자가 시신을 위임한 모든 무연고사망자, ② 기초생활수급자, ③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중에서 연고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으로 구성된 경우까지 포함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원내용’에는 제정 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설 및 사설 장례식장과의 연계를 통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빈소 등 장례의식장소와 무료장의차 지원을 명시하고 기타 인력, 물품 및 서비스를 지원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세 번째 고민은 어떻게 하면 공영장례가 그냥 선언적 조례가 아닌, 실효성 있는 조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2016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공설 장례식장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연고 사망자와 기초생활수급자, 홀로 사는 노인이 공설 장례식장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점에 착안하여 3년마다 무연고사망자 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공설 장례식장 확충 방안을 비롯한 기본계획수립과 매년 공영장례 보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꾸준히 광역단체 차원에서 공영장례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계와 안타까움

드디어, 마침내 2017년 11월 9일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기대 속에서 서울시의회 웹사이트 의안정보에서 조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의 고민이 잘 반영되었으리라 기대했다. 왜냐하면 4월부터 계속된 논의 과정에서 조례제정의 원칙과 방향에 서울시 의원과 의회 담당자 또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우려는 하지 않았다.

directory

하지만 조례안을 확인하면서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일까? 물론 기존의 기초단체 조례보다는 진일보했다. 하지만 성안과정에서의 고민의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된 채로 조례안이 발의된 것이다. 나눔과나눔이 성안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며 참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서울시 의회 담당자의 조례 조문에 대해 협상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는 참여할 수는 없었다. 요구하는 질의사항 또는 자료를 지원하는 것 외에는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 결과, 조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에 중요사항들이 누락되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빠졌다. 차상위도 빠졌다. 현재 발의된 조례 제6조의 지원대상을 보면, 제1호는 무연고시신을, 제2호는 연고자가 ① 미성년자, ② 장애인, ③ 75세 이상 어르신으로 장례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3호는 그밖에 시장이 공영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지원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연고사망자를 제외한다면, 현재 발의된 공영장례 조례에 따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선 장제급여를 받는 사람 중에 연고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와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경우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연고자가 7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이 연고자의 부모는 몇 살이겠는가?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고려한다면 부모는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망자가 자녀라고 한다면 아직은 50대 전후로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저소득층 사망자 중 75세 이상 어르신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따라서 이 조례를 통해 공영장례 지원대상이 되는 서울시민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공영장례조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인가?

그리고 장례는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조례 제8조제3호에 따르면 ‘노인돌봄대상자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에 따라 유가족은 최소 3시간 이상의 빈소대여료(10만 원), 영정사진 등(5만 원), 꽃바구니(10만 원), 물품구매 및 대여(5만 원), 교통비(5만 원)를 포함 총 40만 원 범위 내에서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어떻게 유가족에게 가족과 이별할 시간을 단 3시간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아직 조례가 상정되어 심의·의결되기까지는 논의과정이 남아 있다. 논의과정에서 성안과정의 취지가 다시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choice

고립사가 한국 사회에 길을 묻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기대 속에 발표되는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답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 광역단체 차원에서의 조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왕이면 실효성 있는 조례가 만들어져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 한 박양숙 의원의 바람처럼 “한국사회에서 공영장례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