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회보장으로서의 공영장례, 궁금한 점 세 가지”[2] 공영장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존엄한 삶을 살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사회보장으로서의 공영장례에 대한 궁금한 점 세 가지’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번 ‘공영장례 누구를 위한 것일까’에 이어 이번에는 ‘공영장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과연 공영장례 지원대상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포함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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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장례비용은 얼마나 들까?

공영장례의 핵심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혹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포기한 사람조차도 공공의 지원을 받아 최소한의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장례비용이 얼마나 들어서 가족이 돌아가셨는데도 빈소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발 더 나아가 장례비용이 얼마이기에 가족들이 장례를 포기하고 또 다른 가족의 시신인수를 위임하는 것일까?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걸까?

장례비용

사실 장례비용은 어느 장례식장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상조회사가 있는지에 따라, 그리고 유가족과 조문객 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평균 천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화장 시 평균 장례비는 2004년에는 1,198만 원이었고, 2015년에는 1,327만 원이다. 한편 2015년 서울시에서 장례비용 거품을 빼서 약 600만 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서울형 착한 장례서비스”를 시작했다. 세부 비용은 조문객 식사비 240만 원(200명 기준), 관·수의·염습비 등 장의용품 대여비 173만 원, 장례식장 사용료 91만 원, 봉안비 60만 원(자연장 기준), 장례 차량 이용비 30만 원 등이며 선택사항에 따라 이용료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서울의료원과 서울시설공단 화장시설을 이용할 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보편적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착한 장례식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장례비용은?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화장 시 평균 장례비 1,300만 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이 금액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어떤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장례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자.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2018년에 1인 가구이고 소득이 전혀 없다면 501,632원을 생계급여로 지원받는다. 그렇다면 한 달을 50여만 원으로 살아내야 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1,300만 원이 넘는 금액은 어떻게 느껴질까? 최소한으로 서울형 착한 장례서비스를 이용해 600만 원이라면 어떨까? 요즘은 빈곤이 대물림된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들도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 또는 가족 역시 비슷한 생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양의무제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 평균 장례비 1,300만 원은 너무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울형 착한 장례 600만 원 역시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좋다. 서울형 장례서비스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기초생활수급자 장례비를 추정해 봐도 최소 300만 원이다(오실 손님이 거의 없다는 가정에 따라 접객비 240만 원을 제외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산골(납골당을 이용하지 않고 화장 후 뿌리는 자연장)로 진행해 60만 원도 제외할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위해 75만 원이 지급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평균 장례비는 물론이고 서울형 착한 장례비에 10% 조금 넘는 금액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75만 원이 지급되는 것이 어디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기초생활수급자 가족들이 동주민센터 공무원들과 상담하고 나면 망연자실하게 된다. 75만 원 이외에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지원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장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눔과나눔에 전화한다. 게다가 75만 원은 후불이다. 장례가 끝나야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우선 가족들이 어떻게 해서든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에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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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현금이 없다면, 혹은 신용이 좋지 않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또는 친척 또는 지인에게 몇 백만 원을 빌릴 수 없다면 어떨까? 요즘 같은 시기에 선 듯 몇 백만 원의 현금을 융통하거나 빌려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죽기 전에 사용한 병원비가 더 큰 부담

일반적으로는 조의금으로 장례비용을 충당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경우 개인의 사회적 자본과 관계망이 약하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올 친척, 지인이 많지 않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조의금으로 장례비용을 충당하려고 했던 자식들이 어머니 시신을 장례식장에 버려두고 도망가는 사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나눔과나눔이 지원했던 한 기초생활수급자 장례의 경우, 장례비가 부족해 화장 예약한 날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내주지 않아 발인하지 못해 화장을 못 한 사연이 있다. 이분들은 하루에 10만 원씩 안치료를 내겠다는 각서를 쓰고 장례식장에서 쫓겨났다. 이미 친척들에게 병원비 도움을 받다 보니 장례비 부탁을 할 수 없어서 나눔과나눔의 도움을 요청했다. 장례비는 장례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상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비가 발생한다. 즉, 장례를 위해서는 우선 병원비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장례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면 한 사람의 장례를 위해서는 병원비까지 합쳐 2천만 원이 훌쩍 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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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10명이 넘는 가족과 지인들이 참여했다. 사연은 이랬다. 하룻밤 병원비가 800만 원 가까이 나와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장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신인수를 못해 무연고사망자로 가족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장례비용은 정말 부담스럽다. 그래서 빈소도 마련하지 못한 채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가는 이른바 직장(直葬)의 방식으로 장례가 진행되기도 하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장례를 포기하고 시신을 위임하기도 하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로 낙인찍는 한국사회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모럴 해저드)는 원래 보험시장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미국에서 보험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를 나타냈었다. 사실 이 말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원리였는데, 점차 그 의미가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확대되었다.

공영장례가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도덕적 해이, 즉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도록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장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가족의 장례를 잘 치르고 싶어 한다. 현장에서 장례지원 상담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나눔과나눔에 전화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알아볼 수 있는 곳은 모두 알아보고 가장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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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의된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배제하고 있다. 지원대상을 장제급여를 받는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75세 이상 어르신’으로만 구성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은 말한다.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라고. 과연 누가 죽음 앞에서 가족의 장례를 두고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를 마음먹을지. 섬뜩하다. 가난 자체를 범죄로 보는 세상. 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도덕적 해이로 낙인찍는 한국 사회.

‘자유로서의 발전’을 쓴 아마티아 센은 말한다. 빈곤은 ‘부자유’ 라고. 가족이 돌아가신 가족을 위해 최소한의 장례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부자유’한 상태, 이것이 바로 빈곤이다. 그리고 빈곤은 범죄가 아니다. 재난 수준의 병원비와 감당할 수 없는 장례비가 죽음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지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자본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고 만다.

‘사회보장으로서의 공영장례, 궁금한 점 세 가지’ 중에서 ‘공영장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까’를 생각하며 기초생활수급자도 최소한의 필요한 장례가 적절하게 제공되는 2018년 문명사회를 다시 한번 더 기대해본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