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제를 남긴“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통과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위원장이 2017년 11월 9일 자로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이 지난 2월 23일 상임위원회에서 수정·가결 처리된 후, 3월 7일 서울시의회 제278회 임시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동안 기초단체에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하기는 했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보장적 차원의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무연고사망자 및 연고자가 있어도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분들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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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조례를 통해 가난한 서울시민들이 실제 “존엄성을 유지”하고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속해서 요구했던 ‘모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 장의차량(운구차) 등 필수 현물의 지원, 실효성 없는 보건복지부 ‘노인돌봄대상자인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 삭제 등’이 수정안에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례의 핵심이라 할 ‘지원 대상’은 시행규칙으로 과도하게 위임되고, 지원내용은 임의조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빈틈과 한계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치의 실종, 협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최초 발의된 조례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빈틈과 한계점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7일, 조례안에 대한 개선사항을 서울시의회에 전달했고, 12월 18일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최초 발의된 조례안을 보완해서 2월 임시회에 재상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후 서울시의회는 조례안 보완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공영장례 조례안은 원안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았다. 이에 시민들과 함께 “제대로 된”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2,058명이 서명에 동참했고, 이 서명은 2월 22일 서울시 의회를 방문하여 박양숙 위원장에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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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서울시의회에 전화해서 통화한 결과, 2월 임시회에서 공영장례 조례안을 심의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이틀 후 있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영장례 조례안 찬반토론 공청회를 진행한 후 상정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촉박한 일정과 함께 찬반 토론 공청회가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되다 보니 시민들의 참여도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2월 23일 상임위원회 심의에 앞서서 공청회가 진행되었다. 공청회가 끝나고, 잠시 상임위원회가 정회되는 동안 박양숙 의원 측에서 시민사회단체에 공영장례 조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시민들의 서명을 받으며 요구했던 지원 대상에 기초생활수급자 포함, 지원내용에 장의차량 등 포함, 보건복지부 ‘노인돌봄대상자인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 삭제된 수정안이었다. 분명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논의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하고자 했다면 수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협치는 할 수 없었는지 의문이다. 마치 선물을 주듯이 상임위원회 심의 직전에 최종 수정안을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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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9일 최초 공영장례 조례 발의에서부터 2018년 2월 23일 상임위원회 수정·가결 처리까지 제대로 된 협치는 실종되었다. 최초 조례안을 발의하는 11월 이전에 시민들과 토론할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12월 개선사항 의견제시 후 이에 대한 어떠한 토론도 없었다. 이후 진행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상임위원회 상정되는 날 갑자기 찬반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제안하고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번 회기에는 공영장례 조례는 상정하지 않겠다는 협치에 반하는 일방통행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즉, 공영장례 조례 제정과정은 협치의 실종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제 화두는 제대로 된공영장례 조례 시행규칙

이번에 수정·처리된 공영장례 조례는 여전히 빈틈과 한계점이 있다.

첫째, 수정·처리된 조례의 가장 큰 한계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자를 ‘시행규칙’으로 위임한 부분이다. 수정안 제6조제3호는 지원 대상자를 “장제급여를 받는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으로서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사망자”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는 요구했던 보편적 사회보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사망자만이 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서울시의회에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하지 못하는 이유가 예산 문제라면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이라면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지원내용에 대한 경과규정을 두는 방식이 더 타당했을 것이다. 이렇게 지원 대상을 ‘시행규칙’으로 위임하는 조례가 통과되면서 논의 대상이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로 변경된 결과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서울시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임조항이 “실태조사를 통하여 서울시장이 실효적으로 지원 대상을 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고 홍보하지만 오히려 시행규칙 위임으로 인해 지원 대상이 제한되어 공영장례 조례의 제정 취지와 실효성이 약화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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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지원내용 모두 임의조항인 “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어 구속력이 없다. 저소득층 장례지원에 있어 꼭 필요한 장의차량(운구차) 지원을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임의조항의 한계는 너무도 명확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장례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빈소와 장의차량 지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즉, 이 조례에 따른 지원 대상자라면 누구나 최소한 가족과 이별할 수 있는 24시간 범위 내의 무료 빈소사용과 2016년까지 운영되었던 서울적십자 장의차량 지원을 먼저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임의조항이었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에 대해서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빈소와 운구차 제공 서비스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적 통로를 만들어냈다.”고 홍보하지만, 과연 이 정책적 통로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동할지 또한 의문이다.

특히, 지원수준은 시장이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최초 보건복지부 ‘노인돌봄대상자인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의 적용보다는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원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과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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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공영장례 조례가 통과됐다. 그리고 6개월 후에 시행예정이다. 공영장례 조례가 수정·처리되었다고 환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여전히 과제만 남긴 채 시행규칙으로 위임되고, 지원내용을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울시에 허울뿐인 공영장례 조례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시행규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마련 과정에서 투명하게 공론의 장을 통한 논의와 협치의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또한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