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이별의 그늘, 한 줄기 빛이 내리다

5월 장례이야기
이별의 그늘, 한 줄기 빛이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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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가정의 달을 맞아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데 모여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그 유구한 관계는 사회의 변화 속에 견고함이 조금씩 깨어지고 점점 분화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해체 속도가 빨라진 가족의 틀은 관계단절이 오래되어 각자의 생사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고, 죽은 뒤에도 가족이 가족의 시신을 포기하여 무연고사망자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자격으로 두고 있는 가족이라는 틀, 곁에 있지만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아픈 사연은 5월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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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호자입니다
며칠 전 한 남성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구청을 통해 연락처를 전해 받았다는 이분은 5월에 장례를 치른 ㄱ○○님과 함께 사셨던 분이었습니다. 구청에서 장례에 참여하실 분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내를 드렸는데, 장례 당일에 오지 않으셔서 의아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터였습니다. 알고 보니 남성분은 구청으로부터의 연락을 바로 받지 못하고 나중에야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내 품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남성분은 사실혼 관계로 오랫동안 고인과 함께 사셨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을 오가며 간호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무연고로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ㄱ○○님은 단절되어 살던 자녀가 시신을 위임해 무연고자가 되었습니다. 남편분은 유골함을 찾고 싶다고 하셨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류상의 가족이 아니어서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지 몇 시간이 지나고 한밤중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찾아보니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가 보호자로 이름을 올렸어요. 이걸로는 증명이 안 될까요?”
어떻게든 자신이 고인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서류들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입원동의서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전화기를 들었을 남편분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참담한 사연은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이어졌습니다. ㅇ○○님의 장례일. 운구가 시작되고 한 남성분이 서 계셨습니다. 고인의 동거인이라는 그분은 사망진단서조차 떼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혼 관계로 20년을 지냈지만 서류상의 부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은 마지막 주소가 한 주민센터로 거주불명자로 등록되어 20년 이상을 사셨습니다. 이유는 그 이전에 함께 살던 가족들이 자신을 찾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다 한 사람을 만나 서로를 보듬으며 20년을 살았지만 두 분 사이에 자녀는 없었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시고 난 후 남편분은 함께 살던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매일 늦게까지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만큼 남편분은 힘든 일상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유골이라도 찾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이분이 고인의 유족을 찾을 방법은 시신을 위임한 이전 가족을 만나 설득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자신의 존재도 모를 (ㅇ○○님의) 아들을 만나 가족임을 증명해주길 부탁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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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장례, 첫걸음을 내딛다
2018년 5월 10일 서울시는 시립승화원에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위한 전용 빈소를 마련하고, 첫 장례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광역단체 최초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첫 사례로, 이는 나눔과나눔이 끊임없이 제기했던 공영장례의 필요성에 공공이 응답한 긍정적인 결과로 가히 역사적인 사실로 기록될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입찰을 통해 장례의전 업체로 ‘우리의전’을 선정했고, 5월 10일 첫 장례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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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나눔, 장례의 의미
나눔과나눔은 2015년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시작하고 현재까지 약 650여 분들을 만났습니다. 첫해에는 무연고처리의 시스템을 알지 못해 많은 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지자체와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운구업체와 관계도 원활해지면서 2016년 183분, 2017년 288분, 2018년 129분(5월 9일까지)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장례가 거듭될수록 마주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나눔과나눔이 지원하고 있는 장례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전자의 경우 무연고사망자의 정보를 알기 위해 공문을 보내주는 해당 지자체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가족상황과 시신위임여부를 확인했고, 돌아가시기 전 주위에 함께 살았던 지인분들이 장례에 참석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자의 경우 유가족이 참여하는 장례를 경험하며 단절되어 있던 가족이 장례식을 통해 화해와 이별의 시간을 갖고 이후의 삶의 질이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은 사회의 인식변화였습니다. 나눔과나눔의 장례지원에 주목한 언론매체들은 활동의 의미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가족도 아닌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분들은 왜 생기는지 등 사회의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변화에 대한 관심을 질문을 통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른 결과로 자원활동자들의 참여가 늘어났습니다. 나눔과나눔의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참석한 자원활동자들은 장례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외롭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해 장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셨습니다. 난생 처음 ‘대리상주’라는 역할을 하며 고인의 이름이 쓰여진 위패도 들어보고, 화로로 들어가는 관 위에 국화꽃을 올리고, 수습한 유골함을 운구하는 행위 등을 경험한 자원활동자들은 고단한 하루 끝에 그날 이별한 고인의 이름들을 떠올려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원활동자들은 시간이 날 때면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참석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나눔과나눔의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갔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함께한 종교의식을 통해 고인을 향한 위로와 추모의 의미를 한층 더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를 막론하고 장례에 흔쾌히 참여해주신 자원활동자분들은 눈물과 정성으로 고인을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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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점, ‘가족 대신 장례’ 추진
나눔과나눔이 지난 3년간 지원했던 무연고사망자 장례는 2018년 5월 9일을 마지막으로 잠시 쉼표를 찍었고, 우리의전의 장례에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재정적인 지원은 서울시에서, 장례의식은 우리의전에서 지원을 하게 되면서 나눔과나눔은 또 다른 국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진행했던 활동은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무연고사망자 공문수령 및 고인의 대한 사항 파악, 부고작성 및 장례참여자 파악, 장례후기 작성 및 SNS 홍보활동은 그 전과 마찬가지로 진행합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의 의미를 사회에 던지고, 가족과 지인들이 장례에 함께할 수 있도록 ‘가족 대신 장례’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점입니다. 서류상의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현실은 아픈 사례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단절 후 가족에게 자신의 일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분들의 사례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연고자가 될 확률이 높으니 나눔과나눔에 장례를 부탁하고 싶다는 전화도 그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처리를 행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장례상담으로 전환해 가족이나 지인들이 장례를 치르게 함으로써 무연고사망자의 수를 줄여나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할 시점입니다.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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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2018년 5월 무연고사망자

박영생, 이정연, 박승목, 성태용, 홍봉국, 박오수, 이기석, 박성우, 현창림, 강경희, 홍유섭, 안정남, 박갑순, 최명수, 김효진, 강명순, 이호건, 이순창, 남선철, 정춘웅, 김진호, 임정순, 홍서윤, 최일성, 정재수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스물다섯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