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그 후 6개월 첫 번째 이야기/ 정책은 참 좋은데…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그 후 6개월 첫 번째 이야기]

정책은 참 좋은 데, 저소득층에는 정말 좋은 데…

2018년 9년 23일은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시행되는 날이다. “이 조례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는 부칙 조항에 따라 이날 시행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법이나 조례가 제정된 이후 시행까지 특별히 유예기간을 두는 이유는 정책적·제도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역단체 최초로 ‘공영장례’ 제도가 마련된 서울시는 지난 6개월 동안 시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그리고 시행을 바로 코앞에 마주한 이 시점에서 서둘러야 할 점은 무엇일까?

공영장례를 위해 서울시는 우선 「저소득 시민 장례지원 ’18년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이 실행계획에는 저소득시민 장례지원인 「그리다」 서울추모서비스와 함께 기존 비영리민간단체인 ‘나눔과나눔’에서 진행하던 무연고사망자 장례의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가 새롭게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저소득시민 장례지원 「그리다」 서울추모서비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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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는 여전히 밑그림을 그리는 중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의 지원대상은 크게 무연고사망자와 저소득 시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저소득 시민 장례지원을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를 시범 운영했다. 지원대상은 연고자가 실질적으로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경우 즉,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또는 75세 이상 어르신으로만 구성된 경우 및 고독사 등 지역공동체에서 장례를 지내는 경우, 그리고 구청장 또는 시장이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지원내용은 수행기관을 통해 빈소, 근조바구니, 영정사진, 제물, 종교의식 등 50만원 상당의 현물지원이 원칙이다.

서울시는 애초 8월 말까지를 시범사업 기간으로 정하고 9월부터는 25개 자치구에서 개별적으로 수행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장례를 추진하도록 계획했다. 하지만 8월 말까지 마포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단 3곳의 자치구만이 개별적 업무협약을 맺었을 뿐이다. 게다가 5월부터 8월까지 시범사업 기간 동안 단 3건의 장례지원이 있었다. 올해 저소득시민 장례지원 예산은 2억 원, 장례 1건당 편성 예산이 50만 원이다. 이제 2018년이 100여 일 남았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약 4건의 저소득시민 장례지원이 있어야만 예산이 불용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궁여지책으로 시범사업 기간을 올해 12월 말까지로 연장하고 기존 수행기관인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 연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는 이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우선 자치구 담당자를 모아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와 협력해서 ‘그리운 사람 그리는 마음, 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그래픽 도안을 마련 포스터를 제작해서 「그리다」 사업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시민 장례지원 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는 애초 계획했던 시범사업 기간이 끝났지만, 여전히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공영장례, 참 좋은 데! 정말 좋은 데, 어떻게 방법이 없네.

공영장례, 참 좋은 정책이 시범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밑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해 동안 서울시에서 사망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5천 명이 넘는다. 저소득 시민들이 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를 모르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홍보를 하면 된다. 그런데 서울시가 포스터도 제작해서 홍보하고 있지 않은가. 단지 시간의 문제인가? 아니면 업무협약을 맺고 장례를 지원하는 수행기관이 적절하게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그리다」 지원절차를 보면 지원대상 결정은 자치구 역할이다. 장례지원 수행기관은 자치구에서 장례지원대상을 통보해 주면 실제 지원대상을 위해 장례를 지원하면 된다. 이쯤 되면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지원대상에게 충분히 알리거나 발굴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지점일까?

고독사·무연고 및 저소득층 사망자에 대한 검소한 장례절차를 민·관이 협력해서 제공함으로써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겠다고 시작한 공영장례, 그중에서도 저소득 시민 장례지원서비스가 취지와 제도는 참 좋은 데! 정말 좋은 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정착될 수 있지 그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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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장례, 딱이네! 딱이네! 정말 딱이네!!!

서울형 추모서비스 「그리다」실행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는 서울시, 구청, 중간수행기관 이렇게 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공영장례는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첫째, 서울시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물론 저소득층 장례 관련 업무는 기초단체의 역할이다. 실제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돌아가시면 동주민센터가 제일 먼저 알게 되고 실무적으로 그곳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서울시 광역단체에 공영장례조례가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광역단체에서 공영장례를 위한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라는 취지다. 즉 서울시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제도가 안정화 될 수 있도록 촉진 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애초 3개월의 시범 기간까지만 서울시가 위탁한 기관을 통해 장례를 지원하고 그 후에는 개별 기관과 구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는 시범 기간 이후 25개 구청에 업무를 이관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공영장례는 새로운 정책이다. 그렇다면 이 정책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발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공공의 장례지원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구와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 3개월의 시범사업은 너무 짧다. 서울시가 컨트롤 타워로 3년 내지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공영장례를 운영하면서 평가와 분석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할 때 제대로 된 공영장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구청은 유기적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몇몇 구청에 「그리다」 업무 담당자와 업무협약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통화를 시도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시범사업 기간이 시작된 후 3개월이 되어감에도 이 업무 담당자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무연고사망자 담당 부서는 장제급여가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업무라고 대답하고, 반대로 기초생활수급자 관리 담당 부서는 장례 관련된 업무이니 무연고사망자 또는 장례식장 관리 담당 부서 업무라고 서로 업무를 미루고 있었다. 어떤 부서에서는 서울시가 이 업무 담당 부서를 우리 부서라고 결정해냐며 따지듯이 질문하는 구청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다」 사업은 새로운 업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부담은 될 수 있다. 아마도 장례라는 특수한 업무라는 부담감도 예상된다. 그렇다고 담당 부서에 오롯이 모든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중간수행기관이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실행은 동 단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구청은 유기적 소통의 창구기능을 하면 된다. 동 단위에서는 장례지원 문의가 올 경우 장례지원 대상인지 여부만을 파악해서 중간수행기관에 알려주면 된다. 그러면 중간수행기관이 이후 장례업무를 진행하게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즉, 구청과 동에서는 「그리다」 장례지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안내하며 유기적 소통의 창구기능이면 충분하다.

 

셋째, 중간수행기관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 시범 기간 동안 중간수행기관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었다. 중간수행기관이 지원한 장례는 3건, 그중 2건은 마포구에서 요청했다. 현재 중간수행기관의 역할은 장례식 지원이다. 최초 운구도 화장장까지의 동행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리다」 사업의 홍보도 역할이 아니다.

중간수행기관은 장례 관련 전문가다. 사실 서울시나 구청에서 「그리다」 장례지원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장례절차가 생소하고 복잡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중간수행기관은 장례의뢰가 오면 장례식만을 지원하는 수행기관이 아닌 중간지원조직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리다」 사업의 총괄 시범운영 주체라면, 생소한 장례지원업무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5개 구청 동주민센터 담당자 순회 교육을 했다면 장례지원이 필요했던 분들에게 더 많은 장례지원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제 12월까지 시범 기간이 연장됐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서울시와 협의해서 단순 수행기관이 아닌 공영장례의 중간지원조직으로 그 역할을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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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에서 민·관 협력으로 장례를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시민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와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겠다고 시작한 공영장례, 서울시와 구청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요즘 화두인 ‘협치’를 한다면 한국 사회에 공영장례의 훌륭한 모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몇 년 전 어느 산수유 음료 광고처럼 “공영장례, 딱이네! 딱이네! 정말 딱이네!!!” 시민들이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 이 글은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