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리다’ 장례지원] 故 안선차 님, 고이 잠드소서

고립사, 그 후 무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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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차 님은 1935년 8월생으로 지난 9월 14일 83년의 생을 자택에서 마감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독사’입니다. 고립 가운데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고인은 그래도 빨리 발견되어 안치되고 서울시가 지원하는 「그리다」 서울추모서비스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보고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을 다행(?)이라고, 뜻밖에 일이 잘 풀렸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행정서비스 입장에서는 고립사한 노인을 빨리 발견해서 장례까지 지원했으니 다행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인은 그동안 홀로 삶을 살아오셨고, 버거운 임종의 순간도 홀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견되신 후에는 자녀가 시신을 위임해 무연고사망자가 되셨습니다. 고인을 보내며 고립사, 그 후 무연사까지 2018년 한국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번 장례는 다행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포구라는 같은 지역의 바로 옆 동네에 살던 분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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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배우자와 30년 전 사업실패로 이혼했고, 자녀는 1남 1녀를 두었지만 이혼 이후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합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급비로 생활하셨는데, 자녀들과 관계 단절을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왕래하는 친인척도 없었다고 하니 잘은 모르겠지만 많이 외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마포복지관에 자주 다니셨는데, 복지관 사회복지사님은 고인이 조용한 성격이셨고, 점심을 위해 복지관에 오셨다고 합니다. 장례안내를 해드렸더니 안 그래도 며칠 동안 복지관에 오시지 않아 걱정했다며 장례식에는 지인 어르신 1분 정도 참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장례가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고인처럼 병원이 아닌 곳에서 돌아가시면 장례절차가 복잡합니다. 우선 경찰이 출동합니다. 그래서 사망원인이 범죄와 연관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안의사도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현장확인 후 현장에 가족이 오지 않으면 해당 구에 있는 장례식장 중 한 곳에 시신을 안치합니다. 안치장소는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그 날 해당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운구해 갑니다.
 
이번 장례의 경우 이러한 절차로 도화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님이 고생하셨습니다. 그리다 서비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계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운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족은 없고, 경찰은 기존 방식대로 시신을 운구하려고 재촉 하는 상황에서 어디로 시신을 운구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죽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의 수고가 있어야만 장례가 잘 끝날 수 있고, 그래야만 이 세상과의 이별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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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장례는 추석 분위기가 한창인 9월 22일 토요일이었습니다. 오전 9시,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빈소를 차리고 제물을 진설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장례는 도화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님이 2017년 나들이 갔을 때 어르신 사진을 주셔서 영정사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꽃으로 영정사진 틀을 준비해서 사진을 올리니 쓸쓸한 장례식장 빈소가 환해져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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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고인을 입관한 후 빈소에 와서 고인 예식을 진행했습니다. 자녀가 있었지만 시신인수를 포기했고, 토요일 장례라고 안내했지만, 장례에 올 상황도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나눔과나눔이 대리상주가 되어 향을 피우고, 술 한 잔 올려드렸습니다. 잘 가시라고 큰절도 올렸습니다. 그리고 종교예식으로 서울교회 배안용 목사님께서 고인과 사회를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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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일이 추선 연휴 시작일이다보니 예정시간보다 40분 정도 일찍 화장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 주변에는 묘지, 납골당 등이 많습니다. 그래서 추석 즈음에는 교통체증이 몹시 심합니다. 화장장까지의 운구는 나눔과나눔이 준비한 장의차량으로 모셨습니다. 시간에 맞춰 화장장에서 화장을 마친 후 유택동산에서 잘 가시라고 인사드리고 산골 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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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 안선차님의 마지막을 동행했습니다.
 
안선차 님,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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