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재가 되어 사라지다

10월 장례이야기
재가 되어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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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시립승화원)

10월 서울시립승화원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익어가고 시간은 낙엽처럼 흩날렸습니다. 시간의 변화 못지않게 무연고사망자 장례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감정들은 복잡하고 미묘했습니다. 하나의 작은 변화가 끝이 아니라 혹여 또 다른 시작의 조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때 이른 염려도 들었던 한 달이 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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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 보자기에 쌓인 유골함은 무연고 추모의 집에 10년 동안 봉안됩니다. 왼쪽 목관에 담긴 유골은 산골됩니다.)

무연고장례의 변천
2015년부터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장례의 형태나 양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장례식장에서 1시간을 허락받아 치르던 장례가 2016년 2월부터는 서울시립승화원 가족대기실 그리고 2018년 무연고사망자 전용빈소로 장례를 치르는 장소의 이동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일 것 같습니다. 민간단체인 ‘나눔과나눔’이 후원금으로 치렀던 무연고장례도 2018년 5월 10일부터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우리의전’이 그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무연고사망자의 운구와 화장 즉 ‘시신처리’에 국한되어 있던 공공의 역할이 장례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유골을 보관하는 방법도 분쇄하지 않은 채 유골함에 담는 방식에서 올해 7월부터는 분골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모든 무연고사망자의 유골은 그동안 무연고 추모의 집에 10년간 봉안되었다가 합동 안장되었는데, 최근 특정한 상황에 해당하는 유골의 경우 산골방식으로 일부 변경이 생겼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0월부터 가족들이 있지만 시신인수를 거부한 경우 봉안 대신 산골처리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에 해당구청은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가족이 있는 경우 시신인수 의사를 물어 위임을 했을 경우 ‘무연고사망자 장제처리 의뢰’ 공문에 ‘산골’이라는 특기사항을 기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무연고사망자 화장과 장례가 끝나면 운구업체 직원이 산골장소인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서 고인의 유골을 뿌리게 되었습니다.

무연고장례유골함

시신인수를 하지 못하면……
10월 초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젊은 청년이 참석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형님의 장례를 치를 상황이 되지 않아 시신위임을 했지만 장례 안내를 받고 승화원으로 온 청년은 척추염을 앓으며 휠체어생활을 하고 계신 어머니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으로 형님은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살기 힘들었고, 동생은 항상 형님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7~8년 전부터 형님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작년 아버지마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동생이 돌봐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님의 사망소식을 들었습니다. 장례는 꿈도 꾸지 못했고, 시신을 위임한 후 해당구청에 유골을 찾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불가’하다는 것이었고, 그 이유는 11월부터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형님의 유골이 담긴 목관을 든 동생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제도 때문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면……
올해 무연고장례 중 알게 된 사실 중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선순위’에 밀려 장례를 치르지 못한 가족의 사례였습니다. 지난 5월 무연고사망자 최○○님의 이모님은 조카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최○○님은 생전에 근육무력증을 앓고 있었고 가까이 사시던 이모님의 도움을 받고 사셨습니다. 지역의 사회복지사들도 이분들의 사연을 듣고 많은 도움을 주면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최○○님 사망 후 이모님은 장례식장으로부터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절되어 살고 있는 최○○님의 어머니가 시신인수를 거부해 무연고자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연고장례에 참석한 사회복지사분들은 슬퍼하는 이모님을 위로하면서 장례를 치르지 못했던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지난 6월에도 있었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이○○님의 동생분은 형님이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아직은 살날이 더 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임종을 지킨 후 장례를 준비하던 이튿날 장례식장에서는 장례가 불가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님에게는 오랫동안 단절되어 살았던 자녀가 있었는데, 사망소식을 듣고 시신위임을 해 이○○님은 무연고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동생은 구청에 연락해 조카들과 상의해보겠다고 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연락처를 가르쳐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가족이지만 시신위임의 ‘우선순위’에 밀려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가족들은 유골함을 찾아가기를 원한다고 하셨고, 그 당시 시점에서는 가족임을 증명하는 절차를 통해 찾아가실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는데, 2018년 10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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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연고사망자 위령제가 열리는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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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7일 세계빈곤의 날을 맞이하여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서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합동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무연고 추모의 집 내부가 공개되었고, 무연고사망자 3013명의 유골함이 안치된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공간 안에 3천 명이 넘는 유골함의 숫자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물론 10년이 지난 유골은 합동안장이 되어 땅에 묻히고, 그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이후 다른 유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산골’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설명하는 관계자분들은 효율성에 그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마다 늘어만 가는 무연고사망자의 숫자를 감안한다면 10년 동안 많은 유골함들을 보관하기에 공간이 넉넉지 않다고 보고, 무연고사망자 중 가족이 있음에도 시신을 위임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현 상황에서 무연고사망자 유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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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산골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

시신위임 vs 장례
비록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족의 시신을 위임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보기 위해 무연고장례에 온 가족들에게 “만약 최소한의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 알려준다면 위임 대신 장례를 선택하시겠습니까?”하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분들의 첫 번째 대답은 “그런 방법이 있느냐?”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렇다면 장례를 택하겠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입니다. 무연고사망자의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들끼리 단절되어 각자 어렵게 살다가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애증의 감정을 추스른 후 장례식장으로부터 안치비나 그전 병원비 등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시신을 위임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수가 많다고 합니다. 장례는 아예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쪽으로 선택을 하게 되면 스스로도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오랜 시간 괴로워하고, 외적으로는 돈 때문에 가족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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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처리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
무연고사망자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평균 1천만 원이 넘는 장례비(3일장 기준)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고, 가족이지만 같이 살지 않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유대감이 떨어지고 그만큼 돌봄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시신을 위임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건 기정사실이니 늘어나는 무연고사망자의 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사후처리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은 자본주의적이고 전시적 관점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공영장례의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
공영장례의 기초는 공동체적인 돌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장례가 개인적인 문제의 차원을 넘어선 지금의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은 가족들 혹은 지인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공공이 직접 그 역할을 할 수 없을 경우 민간에 의뢰하여 가족 또는 지인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상담부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해야만 무연고사망자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실례로 나눔과나눔에 장례지원 요청전화에 상담을 통해 실제 가족들이 장례를 치른 사례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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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연고장례에 참석한 쪽방촌 주민들)

산골을 환영하는 사람들
최근 쪽방촌에서 사시던 분의 무연고장례에 주민분들이 참석했습니다. 고인분의 얼굴은 몰랐지만 같은 공간에 살았기에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오신 주민분들은 함께 고인의 유골을 유택동산에 뿌렸습니다. 쪽방분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라며 산골방식에 환영의 뜻을 보였습니다. 환영의 이면에는 자신들 역시 단절된 상황에서 살다 죽은 후에는 무연고사망자가 될 거라는 자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은 나눔과나눔 부용구 전략사업팀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이름들

10월 기초생활수급자
곽해정, 임석규, 이상육

10월 무연고사망자
임재선, 김용춘, 안병구, 한영수, 심재옥, 김영철, 최민재, 민용기, 김증환, 이남기, 김윤복, 백옥상, 조정자, 이옥희, 김영조, 김종수, 김철한, 한상선, 황보용일, 이병식, 김정태, 김수명, 한석철, 김동오, 성명불상, 김효덕, 조희진, 김수경, 김영동, 송성식, 최병태, 허원송, 김태용

나눔과나눔이 함께 마지막을 동행했던 서른여섯 분의 이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불렸을 이름
나눔과나눔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외롭게 삶을 마감하신 분들의 이름을
함께 기억해주세요.
“Re’member
나의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 순간을 공감하는 것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렇게 함께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