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탐방, 일본사회와의 네 번째 마주이야기] 생의 마지막을 의지할 곳,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을 만나다

2015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주된 유형의 가구는 1인 가구다. 지난 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도 전체 가구의 28.6%(562만 가구)가 바로 1인 가구였다. 이제 한국 사회는 핵가족사회를 넘어 ‘초핵가족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다. 이렇게 초핵가족사회에서 1인 가구는 멀리 있는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1인 가구가 아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다. 사회적 관계망 내에서 의미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객관적 차원의 사회적 고립’ 은 외로움과 사회적 지지 결여 등 ‘주관적 차원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면서 낮은 수준의 삶의 질, 건강 악화, 더 나아가 사망률을 높인다.

이러한 1인가구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문제를 한국 사회보다 일찍 경험한 일본, 일본의 현실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가족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거나, 근처에 있어도 각각의 가정 사정에 의해 가족을 보살필 수 없는, 그러한 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행정의 지원이나 사회복지 제도를 의지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노후 돌봄 뿐 아니라 그다음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어진 일본 사회. 그래서 주로 독거・무의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신원보증 및 일상생활 지원, 장례와 같은 사후사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등장했다. 이러한 사업자 대부분은 아직까지 비영리 단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비영리 단체 중에서 나고야에 위치한 NPO법인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곳은 ‘무연사회’ 책에 소개되서 일본탐방 기간 중 가장 궁금했던 곳이다. 혈연관계가 사라진 사회에서 인연을 잃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의 마지막을 의지할 ‘인연’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 사무실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면서 어떻게 사회적 인연이 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 나고야 사무실 전경)

최초의 법인(法人) 신원보증인이 되다

일본의 병원이나 요양원 등은 당사자가 입원·치료비, 요양원비를 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비용을 대신 부담할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이 처음부터 이러한 신원보증 지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전신은 묘비석 판매회사였다. 그 당시 고객 중에 고령의 노인부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보증인이 없어 시영 케어하우스(軽費老人ホーム)에 입소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법인(法人)이 신원보증을 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 이곳저곳에 문의하고 협의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01년 9월, 아이치(愛知)현에서 NPO법인 인증을 받으면서 최초의 법인 신원보증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운영하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계약 내용을 50번 이상 변경했다고 한다. 한 단면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연의 모임’ 활동을 소개해준 오가사와라 시게유키(小笠原 重行) 전문이사는 “지금 제공하는 지원들은 국가 제도가 아닙니다. 인연의 모임이 만든 독자적인 것입니다.” 라며, “이는 일본 사회의 귀중한 자원의 하나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신원보증을 생애에 걸쳐 한다는 것이 ‘인연의 모임’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본인도 이 활동을 하면서 “혼자 살고 보증인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가 일본 사회에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이러한 서비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인연의 모임’은 초기부터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에서도 화재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 오가사와라 시게유키(小笠原 重行) 전문이사와 상담사 분이 회의실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신원보증에서 일상생활과 장례까지 지원하다

사업 초기에는, 신원보증인으로서 임대료, 입원비나 치료비, 요양원비 등의 시설이용료만을 보증하는 것을 상정했다고 한다. 즉, 갑자기 아프면 구급차 이송 등의 역할은 입소한 시설에서 담당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원보증인이 긴급하게 와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초기에는 자원봉사를 통해 긴급사태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방법으로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서, 생활지원을 유료로 확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원보증 대상이 되었던 이용자가 사망한 경우, 다른 계약을 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례와 납골의 사후사무도 서비스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15개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인연의 모임’은 지금까지 누계로 10,500명 이상과 계약을 체결했고, 지금 현재 계약자는 돌아가신 분들이 계셔서 4,500명 정도라고 한다. 회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의 경우 연령제한은 없다. 나이를 60세 이상으로 정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취업 관련 신원보증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녀별 비율의 경우 여성이 장수하기 때문에, 80대 이상은 여성이 2배 이상, 90대도 여성이 많고, 100세 이상은 여성밖에 없다.

생의 마지막 세 가지 인연을 맺다

혈연관계가 사라지고, 인연을 잃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과 ‘인연의 모임’은 생의 마지막 세 가지 ‘인연’을 맺고 있다.

하나는, 신원보증의 인연이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원했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 사회복지 또는 요양보호 시설에 입소하거나 다른 곳을 옮길 때, 그리고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 혈연의 가족을 대신해서 인연을 맺는다. 신원보증인의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은 이용료, 월세 등과 같은 금전의 책무보증이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의 역할)

이러한 신원보증인이 중요한 이유는 때때로 신원보증인이 없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례가 아니다. 나눔과나눔이 2014년 장례지원 했던 염 할아버지. 고시원에 살고 계시던 염 할아버지는 몸이 아파서 종합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보호자 즉, 신원보증인이 없어서 입원하지 못하고 종합병원에서 추천해준 보호자가 필요 없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할아버지는 며칠 뒤 그 곳에서 돌아가셨다. 당시 염 할아버지를 지원했던 홈리스단체 활동가는 말한다. 돌아가실 정도는 아니었다고, 종합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만 받았어도 더 오래 사셨을 것이라고.

두 번째는 일상생활의 인연이다. 일상생활 지원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병원·시설 관계자와의 협의, 진찰·퇴원 시 동행과 같은 일반지원이다, 그리고 갑작스런 질병, 부상 등으로 지원 요청을 받은 후 2 시간 이내에 대응이 필요한 긴급 지원이 있다. 긴급 지원은 야간 휴일을 포함 24시간 365일 대응하고 있다.

대부분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일상생활 지원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밤에 혼자 집에서 갑자기 아플 때, 또는 욕실 등에서 넘어져 다쳤는데 움직일 수 없을 때, 그리고 병원에 가야하는데 함께 동해해 줄 사람이 없을 때,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일상생활 지원은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할 인연이 된다.

세 번째는 삶의 마지막 순간인 장례의 인연이다. 생애에 걸친 지원이기 때문에, 사망 시에 장례와 납골을 지원하고 있다. 장례지원은 계약하고 있는 장의업체가 고인이 돌아가신 곳에 가서 장례식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는 가족장으로, 친척도 거의 오지 않는 형태라고 한다. 장례가 끝나면 납골 지원도 한다. 나고야나 아이치현의 회원은 아이치현의 평화공원이라는 곳에 봉안된다. 납골을 한 이후, 사망 이후에 해야 하는 여러 수속, 보험증 반환, 연금 중지, 가스나 수도 등을 해약, 그리고 유품을 처분한다. 모든 것은 계약에 의해 진행된다. 이것이 전부 끝나면 남은 재산은 변호사와 역할분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예탁하고 있는 돈에서 정산한다. 남은 돈은 변호사가 상속인 조사를 통해 상속인에게 연락해 변호사가 인계한다.

가족과 단절된 쪽방 주민들은 말한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다만, 죽은 다음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버려지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이 아닌 NPO법인이 장례 뿐 아니라 사후 주변정리와 유품정리까지 지원해주는 인연을 맺으면, 진정 삶의 마지막 불안과 걱정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야 말로 생의 마지막을 의지할 인연인 것이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에서 제공한 납골지원)

문제는 비용부담, 예탁금이다.

신원보증에서 일상생활과 장례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률로 보장된 사회보장도 아니다. 게다가 서비스 특성상 필요한 비용을 미리 내는 예탁금 납부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이 예탁금이다. ‘인연의 모임’은 약 1,900만원(190만 엔)을 내야하며 매년 회비도 있다. 물론 분할 납부도 가능하지만 이천만 원 정도의 금액을 미리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경영파탄으로 파산하게 될 경우 예탁금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은 이용자, ‘인연의 모임’, 그리고 변호사법인의 3자가 체결한다. 변호사법인의 역할은 계약에 따른 예탁금을 보관하고, 정산 후 잔여 예탁금을 상속인에게 인계하는 것이다. 또한 예탁금 외에, 통장과 인감 관리를 법률사무소에 의뢰한 계약자의 생활지원 및 입원에 따른 비용은, 법률사무소에 청구서를 보내서 지불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긴급히 지불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먼저 인연의 모임에서 지불하고 이후에 법률사무소에 청구하고 있다.

(NPO법인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은 변호사법인과 함께 계약자의 계약을 지원한다)

계약에는 일반계약과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특별지원계약이 있다. 두 계약 모두 신원보증지원, 생활지원, 장례지원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또는 다른 두 가지를 조합해서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계약의 경우 세 가지 모두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약 1,900만원의 예탁금을 내야하지만, 신원보증지원만 가입할 경우에는 약 870만원, 신원보증지원과 생활지원을 가입할 경우에는 약 1,170만원, 신원보증지원과 장례지원을 가입할 경우에는 약 1,600만원의 예탁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년 연회비와 금전예탁수수료로 2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 기부, 또 다른 인연을 만들다

인연의 모임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특별지원계약이다. 사실 인연의 모임 입장에서 특별지원계약을 유지하는 건 적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NPO법인으로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이러한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계약을 체결했던 수급자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약한다 하더라도 신원 보증인의 책임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집을 거의 쓰레기장처럼 만들어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간혹 화재를 일으키거나, 때로는 사망 후 1주일 뒤 발견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수급자 분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건 인연의 모임에서 수급자를 위한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복지기금은 상속인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이 기부금으로 1년간 300명 정도는 대응할 수 있다고 하니, 생의 마지막 기부가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람과 또 다른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으로 누군가는 생애 마지막 의지할 인연을 찾게 된 것이다. 전체 회원 중에서 수급자 비율은 25% 정도로 약 1000명 정도이다. 전체 가입자 중에서 일반계약으로 예탁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경우는 55%대, 즉 제대로 납부 못하는 경우가 45%정도의 비율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지원을 위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에 대한 대응이 앞으로의 과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오가사와라 시게유키(小笠原 重行) 전문이사, 상담사와 함께 사진 촬영)

생의 마지막을 의지할 곳, 인연의 모임(きずなの会)을 만나며, 삶에 있어 혈연의 가족이 아닌 내가 의지할 곳 단 한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하게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의 모임이 지나온 20년의 역사 앞에서 가족대신 또 다른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도 비용이라는 한계와 아쉬움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앞으로 1인 가구와 사회적 고립의 시대에 어떠한 대안을 마련해야할까? 함께 고민해보자.

 

※ 이글은 일본탐방에 동행했던 서울대학교 박지숙 박사가 정리한 눅취록을  바탕으로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가 정리했습니다.

※ 일본 현장 인터뷰에서 경희대학교 정현경 교수와 서울대학교 박지숙 박사가 통역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