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연 칼럼] 일상에서 죽음을 말하자!

일상에서 죽음을 말하자!
존엄한 죽음을 위한 웰다잉(Well- Dying) 문화 조성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령 인구가 전 인구대비 20%가 넘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2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28을 기점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진다. 그야말로 임종대란(臨終大亂)이라 할 만한 다(多)죽음사회가 예견된다. 이렇듯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하여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사회에는 길어진 수명과 유병장수로 인한 어려움, 자살, 고독사, 무연고 사망, 간병 문제, 그리고 무의미한 연명의료 등 죽음과 관련되어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렇기에 우리사회에서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죽음의 질(質)은 생애말의 삶의 질과 임종과정의 질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죽음의 질은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때문에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점검과 변화가 필요하다. 죽음의 질을 평가한 이코노미스트 지(紙)의 대표 David Clark은 “영국이 죽음의 질이 1위일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을 자유롭게 말하는 문화와 교육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일상 속에서 죽음을 자유롭게 말하는 문화, 존엄한 죽음을 성찰하는 문화, 죽음을 대비하는 문화, 즉 웰다잉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2월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 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서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인간적인 품위를 지키며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제정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과 더불어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의향서)> 작성자가 2019년 4월말 현재 189,467명이다. 2018년 11월 73,150명에 비해 5개월 만에 116,317명이 신규 등록을 해서 약 15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증가는 무엇보다도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의향서 작성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성찰과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향서 작성은 곧 존엄한 죽음 준비의 끝’이라고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향서>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의향서는 건강할 때 내 삶의 마지막 의료처치에 대한 나의 의향을 밝히는 문서이다. 또한 의향서 작성에는 임종기 의료처치에 대한 선택의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고 외롭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과 더불어 여한 없이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감사를 표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의향서에는 이러한 기회를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의향서 작성을 통해서 자신에게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야 한다.


[사진 설명: 웰다잉 강의하는 박미연 관장]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 터부시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말기환자들의 가족이나 의료진들은 환자 본인에게 환자의 병세가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꺼려한다. 왜냐하면 평소 이러한 언급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에 대한 고지의 의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환자들이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데 있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아야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으며, 가족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만약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모른다면 자신의 삶을 정리할 기회도,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을 나눌 귀한 시간도 놓치게 된다. 그렇기에 알리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게 아니라 어떻게 알리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비단 병원의 말기환자나 임종에 임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평소 죽음을 성찰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왜냐면 죽음을 일상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문화에서 비로소 존엄한 죽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불어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죽음교육은 어린아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눈높이에 맞춰 진행되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과 더불어 지역자치단체마다 <웰다잉(Well- Dying) 문화조성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조례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올바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웰다잉 문화를 조성하고자 만들어졌다. 조례는 지역주민의 죽음인식에 대한 조사와 연구, 죽음인식 개선과 교육, 웰다잉 문화조성, 웰다잉 교육지도자 양성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조례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작동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 설명: 웰다잉 캠페인 현장]

창동노인복지센터(이하 창동센터)가 위치한 도봉구에서는 2016년 12월 전국에서 4번째로 <도봉구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그 당시 창동센터에서는 법과 조례가 제정된 배경과 내용과 의미를 지역사회에 알리자는 취지로 ‘도봉구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토론회 및 캠페인’을 개최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자체에 조례에 입각한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작년부터 도봉구는 창동센터와 연계하여 복지기관, 교회 등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과 <의향서>에 대하여 교육하고 있으며, 웰다잉 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우리사회에는 죽음의 질을 보다 고양시킬 수 있는 기제들이 많다. 특히 [법]과 [조례]가 큰 자원이다. 따라서 [법]이 그 뜻에 합당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는 조례에 입각하여 웰다잉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에는 ‘일상 속에서 죽음을 자유롭게 말하는 문화, 존엄한 죽음을 성찰하는 문화, 죽음을 대비하는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노력들이 경주될 때 보다 고양된 죽음문화가 우리사회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글은 나눔과나눔 이사로 활동 중인 박미연 님이 작성한 칼럼입니다.
박미연 님은 싸나톨로지스트이며, 창동노인복지센터 관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