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칼럼]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가 필요한 세 가지 이유

고등학교에 가서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 관련 이야기를 할 때 한 학생이 이렇게 질문했다.
“ 이미 죽었잖아요.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을 우리가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장례 하는 걸 알지도 못하고… 왜 무연고사망 장례를 하나요?”
그렇다. 학생의 말처럼 우리가 가족도 아닌데, 죽은 사람이 장례하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데 왜 무연고사망자를 위해 장례를 해야할까? 정말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말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 가족과 지인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 이유, 무연고사망자 당사자의 ‘인간의 존엄성’으로서의 장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삶을 살고, 마무리할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여기서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세상과 이별할 권리를 ‘죽음권’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데, 이는 사망한 이후 본인의 시신에 대해 갖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보장할 의무는 국가와 사회공동체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연고사망자의 ‘죽음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단순히 경제적·위생적 측면에서 ‘처리’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의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때 재정적 어려움으로 시신인수를 포기한 연고자가 있다면 이들이 최소한 망자와 이별할 수 있도록 장례가 보장되어야 하고, 장례 할 사람이 없다면 사회 공동체가 이를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던 무연고사망자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인간적 환송이 가능해지며, 바로 이것이 무연고사망자 당사자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장례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 가족과 지인의 ‘애도와 치유’로서의 장례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장례라는 용어는 ‘상례’와 ‘장례’를 통합한 개념이며, 전통상례는 시신을 매장하는 장례를 포함하여 탈상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했다. 그래서 전통상례는 복잡하고 매우 엄격하지만, 이러한 복잡하고 세밀한 절차는 가족과 지인들이 망자와 점진적으로 이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고인의 죽음을 현실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통해 가족과 지인은 마음의 슬픔을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으며, 적절한 시간 내에 일상생활로 회복할 수 있다.

오늘날의 장례 역시 가족과 지인의 애도를 중심에 두고, 고인의 죽음을 수용하며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사별의 슬픔과 아픔 그리고 고통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밀한 기제가 작동하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례는 망자에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의례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지인에게는 애도와 치유의 기능을 병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연고사망자 역시 가족과 지인이 있다. 연고자가 있지만 가족과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다양한 이유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무연고사망자 장례는 합당한 장례와 적절한 추모의 의식인 사회적인 의례를 수행하면서 여러 이유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가족과 지인들이 장례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이 경험한 회환과 상실의 고통을 잘 극복하고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 공동체의 ‘사회적 애도’로서의 장례

사회적 애도란, 사회적 죽음에 대해 사회가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함께 슬퍼하며 사회적 상실로 인정하는 의례를 포함한 공식적 행위를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 애도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누군가가 당한 아픔과 슬픔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겪은 당사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많은 사람이 함께 슬퍼하며 서로의 상실과 슬픔에 감정을 이입하여 교류하는 공적인 차원의 애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공동체의 사회적 애도는 타인 역시도 무언가를 상실했고 나만큼 슬프다는 사실, 즉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우선적 조건이며, 이에 대하여 공감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애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장례가 생략되거나 합당하게 치러지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애도가 불가능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연고사망자와 같이 국가와 사회에 의해 양산된 죽음, 사회적으로 애도 되지 못하는 죽음을 접할 때 사회구성원들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혈연의 가족 여부와 상관없이 무연고사망자에 대해 증언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장례의 절차를 통해 죽은 이에게 충실을 다하고자 하는 태도와 실천이 다름 아닌 공동체의 사회적 애도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무연고사망자 장례인 것이다.


이렇게 당사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죽음권’ 측면에서, 여러 사정과 상황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애도와 치유’의 관점에서 그리고 공동체의 ‘사회적 애도’라는 세 가지 이유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한 고등학교 학생의 질문에 시작된 짧은 대화였지만 이러한 이런 논의가 사회적으로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아마도 죽음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