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칼럼]일본의 무연고 장사업무, 혈연이 아닌 장례할 사람이 기준

무연고사망자 장사업무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법에는 큰 차이점 있다. 그것은 ‘혈연중심’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즉, 한국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연고자를 ‘혈연과 법적 관계’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를 무연고사망자로 규정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장례 할 사람 즉, ‘장례집행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구분할 뿐이다. 다시 말해 장례집행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 망자와 ‘혈연과 법적 관계’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장례집행자가 있다면 장례의 실시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장례집행자가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일본의 묘지]

일본의 무연고사망자 장사업무는 「묘지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墓地、埋葬等に関する法律)」과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行旅病人及行旅死亡人取扱法)」 그리고 「생활보호법」의 규정에 따른다(東京都保健福祉局, 2017: 202). 한편,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는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법」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매장 등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장제급여 부분은 「기초생활보장법」의 기준을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무연고 장사업무에 대한 법 적용을 살펴보면, 우선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묘지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과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을 적용한다. 「묘지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경우는 자살자 등의 신원 확인 결과 시신을 매장 또는 화장할 사람이 없는 때 또는 드러나지 않을 경우이며,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를 적용하는 경우는 여행 중(行旅) 또는 주소 불명으로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는 사람이 없을 때이다. 다만 「생활보호법(한국의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사람은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돌아가신 분의 장례를 할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생활보호법」을 적용한다. 이 경우는 망자가 신원 불명인지 여부와 관계없으며, 장례를 치르는 부양 의무자 없는 사망자를 위해 누구든 장례를 치르고자 할 때는 그 사람에게 생활보호법에서 정한 장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서 한국 장사업무와의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망자뿐 아니라 장례집행자도 반드시 수급자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반드시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에만 장제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활보호법」의 적용은 「묘지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과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의 적용과 달리 장례집행자가 있는 경우이며, 아래 [그림]과 같이 세 가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생활보호법」 적용 대상자 즉, 생활보호대상자(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죽은 자의 장례를 실시해야 하는 부양의무자가 존재하지만, 그 부양의무자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장례를 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의 자산조사를 거쳐 장제급여를 지급한다. 한국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이면 부양의무자의 재력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장제급여를 지급하는 현실과 비교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둘째, 생활보호대상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죽은 자의 장례를 실시해야 하는 부양의무자가 없고 그 장례를 제삼자가(친구 등 지인도 가능) 행하는 경우 제18조제2항제1호를 적용하며 셋째, 수급자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에 그 죽은 사람의 장례를 치를 부양의무자가 없고, 동시에 그 망자가 남긴 금품에 의해 장례에 필요한 비용을 채우지 못하며, 그 장례를 제삼자가 행하는 경우 제18조제2항제2호를 적용한다.

 

[그림] 「생활보호법」적용(東京都保健福祉局, 2017: 206)

이와 같이 일본의 무연고사망자 장사업무의 기준은 명확하다. 장례집행자 존재여부가 기준이다. 점점 더 의지하는 게 불안해지는 혈연이라는 가족제도, 또는 법적 관계를 넘어 친구·이웃 등 지인 또는 삶의 동반자와 같은 사람이 장례집행자가 된다면 이들의 재력과 관계없이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정부의 역할이자 법·제도의 취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가기 위한 사후자기결정권을 다시 생각해본다.

 

[참고] 일본 장사업무 관련 법률

「묘지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사체의 매장 또는 화장을 행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 또는 판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사망지의 시정촌장이 이를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전항의 규정에 의해 매장 또는 화장을 하는 경우, 그 비용에 관해서는,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명치32년법률제93호)의 규정에 준용한다.

 

「행려병인 및 행려사망인 취급에 관한 법」

제7조 행려사망인이 있는 경우 그 소재지의 시정촌장은 그 상황, 양상, 유류물건, 그 외 본인의 인식에 필요한 사항을 기록한 후, 그 사체의 매장 또는 화장을 행하여야 한다.

묘지 또는 화장장의 관리자는 본조의 매장 또는 화장을 거부할 수 없다.

 

「생활보호법」

제18조 1 상제부조(葬祭扶助)는 곤궁에 의해 최저한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좌측에 제시한 사항의 범위 내에서 행한다.

一 검안

二 사체의 운반

三 화장 또는 매장(埋葬)

四 납골, 그 외의 상제를 위해 필요한 것

 

2 좌측에 제시한 경우에 있어, 그 상제를 행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해 전항각호의 상제부조를 행할 수 있다.

一 피보호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 그 사람의 상제를 행하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

二 사망자에 대해 그 상제를 행하는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에 있어, 유류된 금품으로 상제를 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