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소통]일 년에 단 한 번만 열리는 집, 무연고추모의 집에서 합동위령제 잘 마쳤습니다.

일 년에 단 한 번만 열리는 집이 있습니다. ‘무연고추모의 집’

3,000명이 넘는 무연고사망자가 잠들어 있는 이곳은 평상시에는 업무담당자 외에는 출입이 통제됩니다. 2017년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합동위령제가 시작된 이후 일 년에 단 한 번 시민과 무연고사망자 연고자 등에게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인 빈곤과 사회적 고립으로 삶을 마감한 무연고사망자들의 합동 위령제는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와 함께 나눔과나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이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10월 16일 수요일 오전 11시에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에 위치한‘무연고사망자 추모의 집(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혜음로 509-20)’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무엇보다 3년 동안 정례화된 합동위령제에 추모의 집에 봉안된 무연고사망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에 장례 한 현○우 님의 지인, 9월 초에 장례 한 김○희 님의 남편과 지인 두 분, 9월 말에 장례 한 배○영 님의 조카 두 분이 참여하셨습니다.

현○우 님의 지인분은 추모의 집에 봉안된 유골함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고는 “원장님, 잘 계셨어요?”라며 눈물을 흘리느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작은 액자를 꺼내 여기에 액자를 둘 수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차마 여기는 봉안하는 곳이 아니라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올려 두고 가시라 했습니다. 지난 5월 이후에 나눔과나눔에 전화해서 몇 번이나 추모의 집에 어떻게 갈 수 있냐고 연락을 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구청에 장례 일정을 알려달라 부탁을 했지만, 제대로 연락을 받지 못해 장례에도 참여를 못 했던 배○영 님의 조카 두 분은 오늘도 위령제 시간을 잘 못 알아서 끝마칠 때에야 도착하셨습니다. 다행히 추모의 집이 아직은 닫히지 않아서 삼촌에게 인사는 드릴 수 있었지만 너무나 짧은 만남에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조카 두 분에게는 장례식 사진을 보여드리고 공영장례로 잘 모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9월 초에 장례 한 김○희 님의 남편(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사실혼 관계)과 지인 두 분은 일찍 추모의 집에 도착하셔서 아내 곁에서 왜 제 아내가 무연고 사망자냐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본인이 남편이라는 것을 증명할 서류뭉치를 가져오셔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아내의 유골을 인수하겠다는 다짐까지 하셨습니다.

이번 위령제는 참여자들이 헌화할 국화꽃을 들고 10평 남짓한 비좁은 추모의 집 안에 들어가 묵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헌화와 고인예식 후에 사회노동위 소속 스님들의 극락왕생 발원 염불로 이어졌습니다. 염불이 진행되는 동안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은 제단에 술잔을 올리고 재배하며 먼저 죽어간 무연고사망자를 추모했습니다.

동자동사랑방 회원인 조인형 님은 “같은 건물 2층 살던 할머니, 며칠 동안 안 보여서 가봤더니 쓰러져 있더라. 119에서 데리러 가면서 전화번호 알려주니 내가 보호자가 됐다. 나도 없이 살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들 없이 산다. 죽어서는 가족을 찾는다며 장례도 못 한다. 고기도 생선도 아닌데 냉동실에 있어야 하니 마음이 괴롭다.”라는 직접 적어온 추모사를 읽어주시고 또한 동자동쪽방 주민 이재영 님이 추모곡으로 ‘홀로아리랑’을 불러 위령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발언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사회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독사의 주원인을 ‘빈곤’으로 꼽은 뒤 최근 국정감사에서 노숙인들의 뇌수술로 문제가 된 국립중앙의료원 사례를 꼬집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1인 가구의 절반이 빈곤층이다. 더 이상 무연고자가 외롭게 떠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가난 때문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사라지길 바란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연고자와 지인들과 함께 한 무연고사망자 합동위령제는 그 어느 해보다 추모의 집에 봉안되어 계신 분들을 제대로 추모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연대한 단체와 참여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