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소통] “우리는 2019년 166명의 가족과 이웃을 잃었습니다” 2019 홈리스추모제

2019년 홈리스추모제 기간 동안 올 한해 서울에서 돌아가신 166명의 홈리스무연고사망자의 이름을 함께 기억했습니다.

“사실 홈리스 무연고사망자라는 이름으로 대상화되어 버렸지만, 이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누군가에게 있을 고유한 삶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습니다. 집안에 기쁨으로 태어나서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의 축복을 한 몸에 받았던 역사의 시작으로부터 시작해서 집안과 이웃 그리고 직장과 관련된 여러 관계 속에서 소중한 사람이고, 그렇게 성장한 보물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분들은 각자의 이름이 아니라 홈리스와 무연고사망자라는 이름으로 몰려 버렸습니다. 이 사회로부터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분들은 우리의 가족이었으며, 우리의 이웃이었습니다. 이분들이 거리에서 시설에서 쪽방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우리는 가족을 잃은 것이며, 이웃을 잃은 것입니다” – 2018 홈리스추모제 발언 중에서-

우리는 2019년 166명의 가족과 이웃을 잃었습니다.

12월 16일 ‘2019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166명의 이름을 홈리스기억의 계단 위에 올렸습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홈리스기억의 계단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자, 어느 행인은 홈리스기억의 계단을 설치하고 있는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에게  “유명한 분이 오시나 봐요”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추모제라고 해서 마냥 검정색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이름으로 불렸을 166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을 기억을 추모하기 위해 레드카펫과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166명의 이름 앞에 올려드린 겁니다.

이날 오후 2시 홈리스기억의 계단 앞 서울역 광장에서 ‘2019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홈리스 추모주간을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나눔과나눔, 홈리스행동 등 4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추모제기획단이 홈리스 주거권 보장, 홈리스사망자 예방대책 마련, 그리고 명의범죄 패해 홈리스에 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올해도 나눔과나눔은 추모팀에서 ‘홈리스 기억의 계단’ , ‘리멤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12월 22일, 밤이 가장 길어 홈리스에게는 더욱 혹독한 동짓날 홈리스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미세먼지는 수치는 높았지만 그래도 날씨는 따뜻해서 행사를 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행사를 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추위도 있었고, 비가왔던 날도 있었으니 올해의 미세먼지 정도는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시부터는 사전마당으로 홈리스법률상담, 홈리스사진관, 홈리스10대 뉴스, 소원 및 요구트리 작성, 당사자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홈리스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시민분향소와 리멤버(Re’member)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동짓날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동짓 팥죽’입니다. 5시 30분 부터 팥죽 나눔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팥죽을 나눌 때 어떻게 하면 줄서지 않고, 그래도 의자에 앉아서 팥죽을 먹을 수 있을까 입니다. 그래서 행사진행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힘들더라도 여러 곳을 나누고 천막 안에 의자를 비치해서 당사자 분들이 천천히 팥죽을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느 덧 해가 지면서 추모문화제는 참여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화꽃을 시민분향소 제단 위에 헌화한 후 무용가 이삼헌 님의 ‘홈리스 사망자 추모, 애도를 위한 위령무’로 시작했습니다.

올해 홈리스추모제는 기존의 추모제와 달리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로 진행했습니다. 열악한 거처에서 함께 생활했던 동료를 떠나보낸 세 분의 홈리스 당사자 분들이 ‘거리에서 살다 쪽방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 정00 님을 위해’, ‘시설에서 살다 고시원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 나00 님을 위해’, ‘쪽방에서 살다 병원에서 삶을 마감한 홈리스 연00 님을 위해’ 추모 편지를 고인에게 보냈습니다. 그 중 나00 님은 나눔과나눔이 함께 장례했던 분이셨습니다. 함께 삶의 마지막을 동행했던 이들이 전하는 추모 편지는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고 진정 홈리스추모제 본연의 순서였습니다.

이어서 아랫마을홈리스야학 노래교실 학생들의 추모공연과 가수 정태춘 추모공연이 이어졌습니다. 가수 정태춘의 첫번째 노래는 “서울역 이씨(정태춘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 버스)”였습니다.

첫번째 곡을 마친 정태춘 님은

“오늘 이 노래 한 곡만 부르려고 기타도 안 가져왔고, 한 곡만 하려고 왔다가 여기 활동가들, 젊은 활동가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들! 바로 저 사람들이 있었지! 홈리스들이 있고, 또 그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이 있고, 그런가 하면 오늘 행사를 위해서 함께 모여 준비해준 민중진영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그래,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해 한 곡 더 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우리 시대를 가장 진정성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통과하는, 민중운동 진영의 모든 활동가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힘내세요.”라고 말하며
두 번째 곡을 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2019 홈리스추모제 권리선언 낭독과 서울역 일대 추모행진으로 2019년 홈리스 추모제를 모두 마쳤습니다.

아,
여기 살가운 가족과 따뜻한 공동체로부터 떨어져나와 차가운 거리에서 외로이 죽어간 사람들을 추모합니다.
이 세련되고 풍요로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버려져 쓸쓸히 죽어간 모든 이들을 추모합니다.
살을 얼리는 혹한에 거리에서 죽어간 이들, 아무 보살핌 없는 차가운 독거의 어둔 방에서 말없이 죽어간 모든 이들을 추모합니다.
마지막 만찬도 맛나게 다 드시지 못하고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나시는 고립무원의 가족들도 추모합니다.
– 서울역 이씨 전주곡에서 정태춘 낭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