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80일 동안 계속되었던 연속장례의 끝

드디어 끝난 연속장례

유난히 길었던 80일간의 나날들

1월 31일부터 4월 19일 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80일 동안 장례가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분 이상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어제와 오늘. 나눔과나눔은 드디어 한 숨을 돌리며 길었던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면 내가 감옥에 갈 테니 장례를 치르게 해주시오”

“장례에 참여하려고 남편의 영정까지 준비하고 있었어요”

“고인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십시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꽃처럼 바람처럼 가신 고운님을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기 위한 8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합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분의 장례를 치르고 싶으셨지만 차가운 행정절차 앞에 포기하셨던 분,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공영장례 일정을 손 꼽아 기다렸지만 담당구청에서 장례를 치른 뒤에야 일정을 안내받으셨던 분, 타국에서 떠난 아들의 시신 위임서에 적힌 어머니의 절절한 부탁, 함께 했던 이웃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유영기 이사장님을 배웅하셨던 동자동 주민분들,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들고 하루 뒤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셨던 이주노동자, 그리고 한 날 한 시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셨던 70대 노부부까지.

80일 동안 나눔과나눔은 총 161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 했습니다. 모두 저마다 삶의 역사를 가진 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고인들의 장례를 지원하며 만나게 된 지인과 조문객들 또한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행정기관의 배려와 조금의 제도적인 개선만 이루어진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안타까운 죽음과 사연들을, 또 조금씩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공영장례의 모습을 기억하고 기록해 봅니다.

올 해 에는 서울시 공영장례 첫 ‘자연장(수목장)’ 사례와 구청이 직접 ‘가족대신장례(법적 연고자가 아닌 이가 치르는 장례)’ 를 안내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법적 연고자가 아니더라도 고인을 더 잘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서 현장에 있겠습니다.

남은 길이 멀지만 함께 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작은 사례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내어주시는 인기척과 나눔들이 모여 사회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나눔과나눔은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무연고 사망자분들의 곁을 한결같이 지키며 인기척을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