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아가야 안녕~

아가야 안녕~

“병원에 갔다면 아기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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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금요일 비가 오는 이른 아침 7시, 작은 관을 텅 빈 장의차량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관에 아직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기의 위패를 든 엄마가 뒤따릅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주고 싶었던 이름을 위패에 담아 가슴으로 안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이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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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위한 장례비용이 없어서 아기 시신을 무연고로 보내려고 했던 아기 엄마는 시신을 위임하면 유골을 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아기를 관악산 어딘가에 묻어 작은 무덤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장례비용이 어디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사는 형편에 누구에게 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4월 21일에 태어난 아기는 그렇게 차디찬 안치실에 25일간 있어야 했습니다. 아기는 장례식장과 동주민센터 그리고 나눔과나눔의 도움을 받고서야 세상과, 엄마와 이별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엄마의 소원대로 작은 무덤을 만들 수 없었고, 결국 아기를 화장한 후 작은 유골 조각을 건네받은 채 남은 유골을 “나비정원”에 뿌려야 했습니다. 엄마는 아기가 생각나고 보고 싶을 때마다 가까운 산에 올라 아기를 만나고 싶었나 봅니다. 엄마의 소원과는 다소 다르지만 아기가 보고싶을 땐 “나비정원”으로 오면 됩니다. 매년 5월마다 아기를 위해서 열리는 어린이 추모제인 “나비의 꿈” 행사도 있습니다. 아기 엄마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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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작은 관 위에 배냇저고리를 올렸습니다. 관 위에 올려진 배냇저고리가 더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화로로 아기를 떠나보내고 무연고사망자 빈소에서 간단한 예식을 진행했습니다. 촛불을 켜고 상식과 술 대신 우유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아기 위패 앞에 국화꽃 한 송이도 올렸습니다. 너무나 단출한 장례를 진행하면서 홀로 아이를 떠나보내는 엄마를 바라보니 모두가, 모든 것이 외로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이 긴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아기 엄마가 걱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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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 앉아서 가만히 아기 이름을 바라보던 엄마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울지도 않았고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갔다면 아기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이렇게 죽을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워 하네요. 생각해 보면 아이를 출산하는 산통이 너무나 버겁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혼자서 아기를 낳고, 탯줄을 자르고 했을지 잘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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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유골이 산골되는 곳인 “나비정원”은 화장장에서 차로 20여 분을 더 가야 있습니다. 용미리 제1묘지 산기슭에 위치한 나비정원은 관리소 직원분이 동행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한 줌도 되지 않는 아기의 분골을 나비 모양의 분골함에 뿌리는 시간은 채 30초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기 엄마는 “아기야 안녕”이라는 짧은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제는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기를 아기를 떠나보내며 빌고 또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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