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故 김순자님, 故 최석훈님, 故 문영호님 고이잠드소서

“마지막을 보내주는 우리가 진짜 가족이지”

동장군도 굴복시킨 따뜻한 동행

옛 어른들이 들려주신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한 마을에 어르신의 장례와 어린 아이의 장례가 비슷한 시기에 있었는데, 아이의 부모가 너무 슬퍼하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먼저 가신 할머니께서 아이를 잘 돌봐주실 거라며 위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세에서 끊어진 인연이 내세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 평안을 얻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저승에서라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건 현실에서의 외로움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는지를 뜻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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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함께한 인연

2016년 2월 15일은 유난히도 맑은 하늘 아래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벽제 시립승화원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세 분의 합동장례식이 있었습니다. 고 김순자님(1944년생), 고 최석훈님(1953년생), 고 문영호님(1968년생)은 각기 다른 날에 태어났지만 마지막을 한 날 한 시에 함께 하셨습니다.

흔히들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는 말을 합니다. 태어나는 순서는 알 수 있지만 죽는 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겠죠. 생일이 같은 사람들도 인연이겠지만 같은 날 영결식을 하는 세 분도 참 인연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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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순자님은 본적은 제주도이고, 마지막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사셨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15일 03시 10분 이전에 사망하신 걸로 추정되며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이 시신을 포기해 무연고자가 되었고, 시신은 용산에 위치한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바다 건너 멀리 서울에서 마지막 눈을 감으셨습니다.

고 최석훈님은 본적은 경상남도 진해로 지난 2016년 1월 1일 16시 23분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고령의 어머니가 계셨지만, 회신이 닿지 않아 무연고자가 되었습니다.

고 문영호님은 본적은 경기도 성남, 주소지는 서울시 광진구이며, 고 최석훈님과 같은 날인 지난 2016년 1월 1일(19시 경) 내재적 질병으로 사망하셨습니다. 시신은 광진구에 위치한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동장군 무릎 꿇린 동자동 의리맨 출동!!!

예상외의 또 다른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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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2시로 예약된 세 분의 화장장(시립승화원)엔 반가운 분들이 함께 하셨는데, 고 김순자님이 마지막으로 사셨던 용산구 동자동에서 오신 지인들께서 추운 날씨를 뚫고 승화원 운구차량 앞을 지켜주셨습니다. 그런데 운구를 기다리다가 한 지인께서 고 문영호님의 위패를 보시더니 아는 분이라며 광진구 쪽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지인들께서도 일면식이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참 인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합동장례식

마지막을 함께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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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경 고인들의 시신이 화구에 들어간 후 가족대기실에서 합동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지인들께서 빠른 움직임으로 제물상이 금방 차려졌고, 분향에 이어 원성스님의 염불이 이어졌습니다. 영결식에 모인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잠시 후 화장이 끝나고 유골을 담은 분함으로 고인을 다시 맞았습니다. 날씨가 추워서였을까요? 유난히도 유골함의 온기는 따뜻했습니다. 손으로 전해진 그 온도에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뒤에서 들리는 지인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는 말에 끝내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부디 제일 큰 누님(고 김순자님)을 모시고 가는 믿음직한 아우들(고 최석훈님, 고 문영호님)의 마지막이 행복하길 빕니다.

날씨는 추웠지만 세 분의 고인을 보내는 이날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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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유골은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 안장되었습니다.

고 김순자님, 고 최석훈님, 고 문영호님 고이 잠드십시오.

장례식을 함께한 동자동사랑방 지인들,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 원성스님 고맙습니다. 나눔과 나눔이 모여 이렇게 또 다른 나눔이 되어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