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상담이야기] 보름 간의 상담, 보름만의 배웅

 

보름 간의 상담, 보름만의 배웅

 

20200708_나눔상담이야기

 

보름 전에 나눔과나눔 사무실로 상담전화가 왔습니다. 삼촌이 돌아가셨고 OO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계신데 병원 측이 조카인 자신은 물론 삼촌의 형제에게도 사망진단서 발급과 시신인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차근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삼촌에겐 90세가 넘은 노모가 계시지만 너무 고령이시라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직계 자식들은 연락이 되지 않아 조카가 삼촌의 형제분과 함께 대신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법을 근거로 직계가 아니면 사망진단서를 절대 발급해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나왔고 결국 조카는 방법을 찾다 나눔과나눔으로 연락하게 된 것입니다. 나눔과나눔은 조카에게 관할 구청의 담당자와 이야기해서 장사법에 나와있는 연고자의 마지막 범위 ‘사실상 시신이나 유골을 관리하는자’로 본인을 지정하는 공문을 병원에 보내 달라 부탁하시거나, 그게 불가능할 경우 병원 장례식장 측에 ‘빈소를 차려서 장례식만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해보시라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관할 구청 담당자는 ‘연고자 지정은 우리의 업무가 아니다’ 라고 하며 공문발송을 거부했고 병원 장례식장은 ‘빈소도 내어줄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시신을 인계 받겠다는 것도, 사망진단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병원 장례식장을 돈 내고 이용하겠다는데 그것까지 거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병원 장례식장과 관할 구청은 직계 가족을 찾기 위한 무연고 행정업무를 시작했고 조카는 보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삼촌이 무연고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의 안치료를 모두 부담할 테니 확정만 되면 본인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요. 나눔과나눔은 조카의 바람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끔 구청과 조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삼촌이 무연고사망자로 확정된 날, 조카는 장례를 치르고자 했지만 구청은 여전히 연고자 지정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구청은 무연고사망자로 업무를 진행할 테니 조카가 공영장례에 참여하면 되지 않냐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카는 삼촌을 무연고로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나눔과나눔은 연고자 지정이 어렵다면 장례식장에서 보낸 무연고 업무처리에 대한 회신으로 연고자 확인 결과를 통보하도록 구청에 제안했습니다.

 

20200708_나눔상

 

나눔과나눔의 제안을 바탕으로 관할 구청의 공문이 발송되었습니다. 공문에는 나눔과나눔의 요청대로 ‘장사법 2조 16항 아목 및 2020년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안내 지침에 근거하여 연고자에 해당함’ 이라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조카가 병원에 공문을 제시하며 ‘이래도 안 된다면 그 근거가 되는 법을 알려달라. 그러면 납득하고 포기하겠다.’ 라고 얘기하자 병원 측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관련 책임자까지 논의를 거친 후 병원이 내놓은 대답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장례를 치르려면 지금까지의 안치료를 모두 정산해야 하고, 다른 장례식장으로 모셔가서 장례를 치르겠다면 안치료는 없던 걸로 하겠다.’ 보통은 반대의 경우여야 할텐데 병원 측의 입장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행히 조카는 보름간의 안치료를 정산할 필요 없이 다른 장례식장에서 삼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었습니다. 보름간 유예되었던 그 마지막 길을 나눔과나눔이 상담을 통해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조카는 나눔과나눔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관할 구청이 보내준 공문을 공유해주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사례로 쓰여지길 바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장례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나눔과나눔은 24시간 상담과 캠페인, 여러 연대활동을 통해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장례를 포기할 상황에 놓인 분들, 법적 연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를 무연고로 보낼 것이 걱정이신 분들 모두에게 상담센터는 열려 있습니다.

 

※공영장례 상담지원센터 상담전화 1668-3412

※상담지원센터는 24시간 운영됩니다. 다만, 저녁 6시 이후의 상담은 자원봉사자 개인 핸드폰으로 연결되며 긴급한 상담에 한해 재택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