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칼럼] 사람은 없고, 숫자만 있는 이런 기사 이제는 그만 좀 보고 싶다

지난 10월 초,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9년 무연고사망자 숫자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다음과 같이 숫자를 중심으로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전국 17개 시도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820명이던 무연고 사망자가 2019년 2536명으로 39.3%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무연고사망자 3년새 39.3% ‘껑충’…시신인수 포기도 2.5배로 증가 뉴스1 2020.10.2.보도)

 
무연고사망자 현황

또는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독거노인 통계 그리고 65세 이상의 노인 무연고사망자 숫자를 발표하자 역시 언론사들은 아래와 유사한 기사를 보도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의 고독사 중 약 43%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6년 735명(40.4%), 2017년 835명(41.6%), 2018년 1067명(43.6%), 2019년 1145명(45.1%), 2020년 6월 기준 388명(42%)이었다.(고독사 3년 간 40% 급증…65세 이상이 43%. 중앙일보 2020.10.1. 보도 )

사람은 없고, 숫자만 있다.

무연고사망자 2,536명, 무연고사망자 3년 새 40% 급증, 그래서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정부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제시나, 사람들이 몰랐던 사각지대에 대한 조명이나, 이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도 없다. 오롯이 무연고사망자가 몇 명인지 숫자만을 주목하고 있다. 정책제시도 법률제정 혹은 개정에 대한 대안을 찾아볼 수 없다.

2014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김춘진 의원이 최초로 “2013 시도별․연령대별․성별 무연고자 사망자 현황”을 발표했다. 그 이후 해마다 같은 유형의 무연고사망자 현황이 발표되고 있다. 발표 방식 역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자료를 요청한 후 이를 근거로 한다. 물론 무연고사망자가 전체 몇 명인지, 시도별, 연령대별, 성별로 현황을 알려주는 것이 전혀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면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통계가 나와야 할 때다. 그리고 무연고사망자 숫자에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왜 무연고사망자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한다. 왜 중장년 남성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 이유도 추적해야 한다. 무연고사망자의 주된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해마다 발표되는 무연고사망자 숫자를 보다 보면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숫자를 취합하면서 이런 의문점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일까? 국회의원이 요청한 자료만 제출하면 끝나는 것일까? 언론사 기자들도 그냥 국회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니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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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부분의 기사 말미에는 통계자료를 발표한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최소한의 작별 인사와 슬픔을 건넬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장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두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례절차 마련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마련할 사람은 다름 아닌 숫자를 발표한 국회의원들이다. 그리고 정부의 행정상 미비점이 있다면 국민을 대표해서 문제를 제기할 사람 역시 국회 상임위 중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일까? 해마다 반복되는 어떤 새로운 시각도 없는, 어떤 유용한 정보도 없는, 어떤 대안 제시도 없는, 무연고사망자 단순 숫자 중심의 보도, 이제는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흔히 말해 ‘유체이탈 화법’의 국회의원의 코멘트 역시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일 년에 두 번 – 주문 제작하는(?) 무연고사망자 숫자

최근 몇 년 동안 무연고사망자 숫자는 매년 두 차례 발표되었다. 연초인 2월 또는 3월에 한 번, 그리고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또 한 번. 연초에는 지난해 무연고사망자 전체 숫자를 발표하고, 국정감사 기간에는 상반기까지의 숫자를 발표하면서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2020년에는 10월에 한 번만 발표됐다. 왜 그럴까? 상반기에는 국회의원 선거로 보건복지부에 누구도 무연고사망자 숫자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무연고사망자는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주문 제작하는 것인가? 사회적으로 무연고사망자 증가가 문제라고 언론이 지적하고,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지적되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이 요청하지 않으면 무연고사망자 숫자조차도 보건복지부는 만들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방역에 모범을 제시했던 보건복지부가 무연고사망자 숫자 취합만큼은 7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자체별로 무연고사망자 자료를 요청한 후 수작업으로 취합해서 합계를 낸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사실 이러한 수작업 과정이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또한, 수작업으로 취합하다 보니 숫자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지난해 서울시 무연고사망자는 2018년 566명에서 486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서울시공영장례지원 상담업무를 담당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서 공영장례로 지원한 무연고사망자는 2018년 389명에서 434명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무연고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공영장례로 지원한 무연고사망자가 증가했는데, 서울시 전체 무연고사망자가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신뢰할 수 없는 숫자다. 추측건대 수작업으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무연고사망자가 누락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조심스럽게 제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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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취합된 숫자는 통계가 아니다. 통계는 사회현상의 양을 반영한 숫자여야 하며, 그 숫자가 의미 있게 되려면 비교 분석이 가능해지고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불확실성 상황에서 의사 결정상의 수량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통계가 될 때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무연고사망자 숫자가 아닌 통계가 필요한 것이다.

내년에는 무연고사망자 통계를 기대해도 좋을까? 해마다 발표되는 무연고사망자 숫자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던 여러 지점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까? 진정 무연고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이 사회문제라면 해마다 증가하는 숫자만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를 것이 아니라 왜 무연고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지, 이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지 통계를 바탕으로 함께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 이 글은 (사)나눔과나눔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옥 상임이사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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