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골 칼럼] ‘거리두기’의 시대

 

엄마, 쟤…우리 반인 것 같은데, 맞는지 잘 모르겠어…

 

한 아이가 마주 오는 다른 아이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을 키우는 학부모가 한탄을 섞어 전한 이야기이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는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삶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다보니 존재와 대면 자체가 타인에게 부담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코로나 사태도 따지고 보면 많은 부분 인류문명의 무지와 오만, 환경파괴에서 비롯되었기에 인류가 반성과 함께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지, 결국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가고 말겠지 라며 일종의 책임과 희망을 갖고 있지만 ‘거리두기’의 시대에 잃어버린 소소한 삶이 안타깝기는 어쩔 수 없다.

 

거리두기 시험장

 

아침 문밖을 나서며 하루를 시작할 때 깊이 들이쉬게 되는 상쾌한 공기, 이어 집으로 돌아오며 하루라는 시간을 농밀하게 담고 있는 밤의 내음까지를 포기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 정도는 그래도 소소한 사치일지 모른다. 우리는 평소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형식으로 부대끼고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오감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삶을 ‘입체화’시킨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다보니 그런 입체적인 관계가 있던 자리를 ‘평면화’된 시간이 메우기 시작했다.

 

변화된 삶의 아쉬움은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물론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도 교육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학교생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야말로 바다 위로 드러나는 빙산의 일부분이다.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리는 시간, 선생님의 입모양을 따라 책을 읽는 순간, 때로는 심한 장난으로 혼나면서 긴장하는 때…. 이런 모든 순간들과 기억, 그 사이를 파고드는 느낌들이 한데 어우러져 학교에서의 하루가 조각되는 셈이다. 그에 비하면 온라인 수업은 너무나 메마르고 심심하게 다가온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유치원생

 

그런데 어쩌면 ‘거리두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며들어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작고 긴밀한 공동체에서 벗어나 도시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좁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인간적 관심의 거리는 멀어져왔다. 물질의 풍요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쟁과 단순화된 가치관 속에서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보살핌은 예외적인 미덕으로 여겨진다. 도심 주택가에서 누군가 홀로 죽음을 맞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듣게 되는데, 이 역시 우리가 만들어온 ‘거리두기’ 사회의 쓸쓸한 단면이라 하겠다. 어쩌면 그 ‘누군가’는 우리와 일면식이 있을 수도 있고, 분명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삶을 함께 한 동시대인일 텐데 이들의 이야기는 소리 없이 묻혀버린다.

 

현대를 살아가며 어느 정도의 무관심과 외면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이라도 거리두기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마을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과 머리를 맞대는 기회를 늘려나가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눈앞의 이해(利害)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 이해(理解)하기 위한 시도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집착한다면 거리 좁히기가 타인에 대한 간섭이 될 위험이 크지만,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의존적인 존재이며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열린 마음이라면 애정 어린 관심과 배려가 된다.

 

홈리스 추모제 (12)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홈리스 추모기간’, 동짓날 서울역에서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는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거리 좁히기이자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는 행사이다. 특히 이 행사에서는 고독 속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이들을 기리고 애도하며 또 기억하는 순서가 마련된다. 올해는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역 광장에서는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 무연고사망자 분들의 이름을 책 표지에 실어 전시했다.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잊히거나 외면당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 펼쳐보자는 기획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개인과 사회가 되돌아보지 않았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한걸음 다가서는 일은 단순한 애도의 차원이 아니다. 이는 우리 자신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돌아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자 공동체를 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가꾸는 일이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기회에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웃을 향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글은 나눔과나눔 이사로 활동하고 계신 법률사무소 생명의 함보현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달밝골은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에 있는 마을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