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인사]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2020년 끝자락에서 드리는 감사 인사

2020년, 쉽지 않은 하루하루의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특히, 올해와 같이 버거운 상황에서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해주신 많은 분 덕분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661분의 마지막 동행

2020년은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가 일상화된 한 해였습니다. 2019년에 429분의 마지막을 배웅했는데, 올해는 661분의 마지막을 동행했습니다. 1월 31일부터 4월 19일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80일 동안 장례가 있기도 했고, 하반기로 오면서는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장례가 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장례가 많았던 이유는 3년 차를 맞이한 서울시 공영장례 제도의 사각지대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장례식도 없이 무빈소 직장으로 화장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이를 공영장례로 통합하면서 장례 인원이 많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2020년에는 ‘가족 대신 장례’ 제도가 마련되면서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나눔과나눔 활동이 만들어 낸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물론 제도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혈연과 제도를 넘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가족 대신 장례’ 실무 지원을 위해 ‘서울시 공영장례업무 안내’ 매뉴얼을 만들고 제도의 변화를 알리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서울시 25개 구청과 동주민센터 주무관님들을 대상으로 2차례 교육을 하고,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2차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의 장례지원뿐 아니라, 2년 차를 맞이한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활동으로 상담과 지원업무도 더욱 안정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상담 전화는 서울뿐 아니라 강원도와 제주도에서, 그리고 한밤중에도 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장례가 걱정인 분들이 장례에 대해 문의할 공공기관이 없습니다. 이런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가 전국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또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를 어떻게 하면 제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서울시 공영장례가 2020년 ‘서울시민 선정 최우수 민원서비스’로 선정되었습니다.

20200606_안O기_강서구(수급자)_산골_염O숙_송파구_산골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

2020년은 코로나로 자원활동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참여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언제나 든든했습니다. 언제나 무연고사망자분들의 장례 종교예식을 위해 참여해주신 서울교회 배안용 목사님과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님, 천주교 고양동 성당 연령회,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염불자원봉사단,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염불포교팀, 모두 감사합니다. 장례현장에 참여하셨던 많은 분이 계십니다. 남편이 먼저 왔다가 아내까지 함께 참여한 부부, 언니가 참여하고 좋은 활동이라며 동생도 함께 참여한 자매, 일요일마다 한결같이 시간을 내주신 분, 1365를 통해 참여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학원 강사를 하시면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 될 때마다 참여해주신 선생님 등 한분 한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참, 고맙습니다.

올해는 본인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면서 함께 해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매 학기 학생들이 사진과 영상 제작으로 자원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희대 산업디자인 학과 학생들도 나눔과나눔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함께 했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은 꾸준히 장례에 참여해서 장례현장 사진을 촬영해주었습니다. 숙명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장례현장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 장례가 있을 때마다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주신 해피투게더 대표님, 장례 이야기를 글로 작성하고 있는 자소리와 블로그에 올라가는 인터뷰 글을 작성했던 김진선, 뉴스레터 발행을 해주고 있는 최지. 나눔과나눔의 활동은 정말 많은 분의 손과 손이, 그리고 애정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부부 자원봉사자

현장에서 함께해 주신 분들뿐 아니라, 후원과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재정적으로 버거운 한 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로나 긴급재난 지원금 전액을 후원해주신 분들,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조의금 중 일부를 아버지 이름으로 후원해주신 분, 지인의 기일에 맞춰 지인 이름으로 후원해주신 분, 본인은 코로나와 상관없다며 후원금을 두 배로 증액해주신 분, 이름 없이 후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정기적으로 후원해주고 계신 분들 덕분에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정기후원금만으로는 운영비가 적자입니다. 그런데 마치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의 재정이 일시후원으로 채워집니다. 이런 순간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여유 있지는 않지만 위태롭지 않을 수 있어서 후원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분들의 수고와 지지, 그리고 후원 덕분에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복귀

인연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출산휴가 대체인력으로 오셨던 김정수 님이 6월에 임정 팀장이 복귀하면서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2월에는 김민석 팀장이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눔과나눔의 활동은 장례현장에서 임정 팀장이, 커뮤니케이션과 캠페인을 김민석 팀장이, 사무총괄로 박진옥 상임이사가, 그리고 배안용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과 감사님이 함께 의논하면서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눔과나눔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서서 우리 삶을 바꿔내는 길에 늘 서 있겠습니다.

당신, 참!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