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매일 무연고 장례를 치릅니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2월 장례이야기 매일 무연고 장례를 치릅니다   (사진 : 이름이 확인되지 않아 무연고 사망자가 된 아기의 위패) 무연고 사망자가 된 아기들 2020년 12월에는 이름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중 두 번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의 장례였습니다. 12월 말 장례를 치른 한 무연고 사망자는 지자체로부터 받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뢰 공문에 성명불상으로 지난 11월 초 서울시의 한 노상에 방치되어 사망한 영아시신이었습니다. 아기는 베이비박스가 있는 한 종교단체의 골목길 플라스틱 통 위에 보자기에 싸인 채 놓여 있었습니다. 새벽에 발견되었을 당시 온수에 담가 마사지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검안서에 기록된 바로 아기의 몸에는 탯줄이 연결된 태반이 부착되어 있었고 분만 당시 의료 처치가 없었습니다. 사인은 ‘저온 환경에 방치 및 유기로 인한 신생아 저체온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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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무연고 사망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1월 장례이야기 무연고 사망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사진 : 서울시립승화원) 심각해지는 코로나 상황에 무연고 장례 참여 인원 줄어 2020년 10월까지 잠시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 상황은 11월 들어 확진자 수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최근(12월)에는 하루 5~6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대유행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한층 강화되어 11월 중순 이후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는 자원활동가들의 참여가 제한되었고,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나눔과나눔의 활동가와 의전업체 직원 등 최소 인원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례를 함께 치르고 싶어도 여건상 참여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동행하지도 못하니 먼발치에서 그저 마음만 졸일 뿐입니다. (사진 : 코로나 상황 때문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딸이 중국에서 보내온 편지) 코로나로 한국에 오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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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눈에 보이지 않는 벽, 고립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0월 장례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벽, 고립   (사진 : 장애인으로 살았던 삶을 마감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에서 추도문을 읽고 있습니다.)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 무연고 장례를 치르면서 만난 수많은 사망자들 중 유독 마음이 아픈 사연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기를 만났을 때, 2~30대의 청년을 만났을 때, 고아로 자란 사연, 그리고 장애가 있는 사망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2018년 이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서울시 공영장례 의전업체를 선정하여 고인에 대한 제대로 된 마지막 예우를 갖춰 장례를 진행하지만, 예전의 경우 운구가 진행될 때 시신을 모신 관의 뚜껑이 떠 있는 광경을 가끔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공문에 기록된 바가 없어 장례를 치르기 전에 장애유무를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 운구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마주하고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10월 초에는 두 분의 장애인을 무연고 장례로 모셨습니다. 한 분은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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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옥 칼럼]혈연의 종언(終焉), 관계의 탄생, 세 번째 이야기- 한계와 과제

2020년 보건복지부 지침에 ‘가족 대신 장례’가 마련되면서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가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2020년 9월에만 서울시 공영장례에서 두 분의 장례주관자와 함께 장례를 진행했고, 10월 구청을 통해 두 분의 연고자 지정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10월 초, 연고자가 아닌 동성애 커플의 파트너가 장례를 할 수 있다고 상담한 내용을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페이스북만 2만 5천 명이 넘는 사람에게 ‘도달’되는 등 그 첫걸음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매우 높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가족 대신 장례’는 단지 첫걸음일 뿐이다. 아직도 현실적 한계와 넘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있다.   [사진설명: 나눔과나눔 페이스북 게시물] 아직도 여전한 혈연 중심의 법과 제도 얼마 전 한 공증인 사무실에 방문했다. 기존에 장례를 약속했던 어르신들과 유언장을 새롭게 작성하는 공증 상담을 위해서였다. 가족 대신 장례를 신청할 때 ‘지속적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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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가족 대신 장례’가 주는 감동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9월 장례이야기 ‘가족 대신 장례’가 주는 감동   (사진 : 생의 마지막 6년을 함께 지냈던 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에 참석한 지인들) 떡국 끓여주시던 형님 9월 중순 무연고 사망자 ㄱ님의 장례를 준비하던 중 한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서울시의 한 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로 “지역에서 오랜 시간 봬왔던, 가족이 없는 독거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 업무를 진행하는 나눔과나눔은 의전업체의 화장 예약에 맞춰 장례를 준비했고, 장례 당일 복지관 직원들과 이웃에 살던 지인들이 참석했습니다. 2014년 서울의 한 동네로 이사를 온 후 ㄱ님은 당시 7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주변 지인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고, 지난 8월 말 사망하기 전까지 6년 동안 각별한 정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어르신이 받으시는 수급비 안에서 지역의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후원을 해오셨어요. 몸이 불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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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상담이야기] 동성애 커플이 장례를 치를 방법이 정말 없나요?

"동성애 커플의 파트너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를 방법이 정말 없나요? 부모도 외면하고 경찰도 안된다고 하는데...." "가능합니다. 구청에 가셔서 장례주관자 또는 연고자 지정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상담 전화를 주신 분은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하지?"라며 약간 주저하는 듯했습니다. 지인의 상황이라며 말문을 여신 후 동성애 커플의 파트너 한 분의 사망소식과 고인 부모님의 시신포기, 연고자만 장례를 할 수 있다는 경찰의 단호한 이야기까지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혈연과 법적 관계가 아니면 장례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셨는지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싶어서 연락드렸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가능합니다. 2020년부터 장례가 가능해졌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아 그래요? 아, 감사합니다." 조금 전과는 달리 날아갈 듯 기뻐하시는 목소리라는 걸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동성애 커플도 사랑하는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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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마지막 삶의 흔적을 더듬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8월 장례이야기 마지막 삶의 흔적을 더듬다   (사진 : 고립사한 동생의 장례에 참석한 누나가 의전업체 집례자의 안내를 받고 제단에 꽃을 올리고 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그런 죽음” 8월 말 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에 참석한 여성이 영정사진을 꺼냈습니다. “동생이 젊었을 때 찍은 사진밖에 없네요.” 위패만 놓여 있던 제단 위에 사진을 올리고 누나는 향을 피웠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ㄱ님은 8월 중순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누나는 연락이 끊어진 지 10년 만에 동생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장례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던 누나는 그간의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꺼냈습니다. “누구한테 도움을 주면 줬지, 해 끼치는 애가 아니었어요. 똑똑하고 순한 동생, 남들이랑 싸움 한번 한 적 없었어요.” ㄱ님은 생전에 결혼을 했지만 자녀 없이 살다 헤어졌고, 이혼 후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힘들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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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통계이야기] 나눔과나눔이 배웅한 8월의 서울시 무연고사망자의 삶

2020년 8월 31일까지 총 401명의 무연고사망자와 2명의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시민을 위한 공영장례가 진행되었습니다. 8월에 만난 서울시 무연고사망자 53명 8월에 함께한 무연고사망자 장례 28회 8월 무연고사망자분들께 올린 국화꽃 280송이 8월 화장 후 5년 유골이 보관된 분 25명 8월 화장 후 산골로 뿌려진 분 27명 8월 화장 후 자연장된 분 1 명 8월 장례참석자가 있었던 분 16명 8월 영정사진을 올린 분 7명 8월 가족대신 장례를 원했던 분 2명 8월 외국인 무연고사망자 2명 8월 무연고사망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34명 8월 이별을 위해 기다린 날들 평균29일/최장143일 2020년 8월 한 달 동안 53명의 서울시 무연고사망자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이를 위해 28회의 장례식을 치렀고 280송이의 국화꽃을 올렸습니다. 무연고사망자 장례식이지만 16회의 장례에는 가족, 친구, 이웃 등이 함께 참여하셨고 이 중에 일곱 분의 영정사진을 올렸습니다. 참여자 중에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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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옥 칼럼] 혈연의 종언(終焉), 관계의 탄생, 두 번째 이야기 -장례신청자의 두 가지 선택: 연고자 또는 장례주관자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장사 업무안내 지침이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가는 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번 ‘혈연의 종언(終焉), 관계의 탄생,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①사실혼 관계, ②실제 친생자 관계 등의 사실상 가족관계, ③조카 또는 며느리 등의 친족 관계, ④공증문서나 유언장 등의 법률관계, ⑤사실상 동거 또는 지속적 돌봄 등의 관계, 그리고 ⑥친구·이웃 등 종교 및 사회적 연대활동 관계의 사람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두 번째로 ‘가족 대신 장례’를 위한 장례신청자의 두 가지 선택권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과연 누가, 언제 신청을 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하고자 할 때 어떠한 선택권이 주어지며 이에 따른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누가 연고자(장례주관자) 지정을 신청할 수 있을까? 가족 대신 장례를 하기 위해서는 구청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연 누가 이러한 신청서를 제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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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무연고자를 만드는 서러운 세상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7월 장례이야기 무연고자를 만드는 서러운 세상   코로나로 장마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7월 한 달간 총 24회 진행되었고, 모두 마흔여섯 분의 마지막을 함께했습니다. 이중 참석자가 있었던 장례는 14회였고, 묻혀 없어질 뻔한 이야기는 다행히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이들의 입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코로나로 어려워진 형편에 형님의 장례를 치르지 못한 동생이 무연고장례에서 술잔을 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형제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서러운 세상 7월 중순 서울시의 한 지자체로부터 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의뢰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60대 초반의 남성의 이름이 적혀 있고, 주소지는 서울이 아닌 지방이었습니다. 사망지는 서울의 한 주택이었고,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일자는 알 수 없었습니다. 직업란에는 ‘일용직’이라고 적혀 있었고, 미혼에 자녀는 없었습니다. 무연고 장례식 당일에 참석한 남동생은 무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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