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겉으로는 가끔 괴팍해 보였던 우리 조형수 할아버지

겉으로는 가끔 괴팍해 보였던 조형수 할아버지 사실은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었어요. 그 얼마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아껴 모아서 저희 복지관에 기부도 자주 하시고 젊은 시절 힘든 형편에 입양 보낸 딸에게 평생 미안해하며 사시던 분이었죠. 조형수 할아버지의 삶의 단편들을 들으며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분의 삶을 잠시나마 그려봅니다.   5월 26일의 장례는 참 특별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족들은 없었지만 고인을 잘 알고 있고 그분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가족이 없으면 빈소도 가질 수 없고. 화장되는 순간에 누구 하나 지켜봐 줄 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오늘 만난 조형수 할아버지는 공문서 상의 무연고 사망자가 아닌 누군가의 마음속에 기억된 사람이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공영 장례 제도를 만드는 일이 단순히 장례라는 절차를 하나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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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강용필 님, 고 강진수 님 고이 잠드소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 세상과의 이별, 마음도 시립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사람들의 옷소매가 길어진 것을 보고 어느덧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음을 느낍니다. 벽제 승화원에 도착하니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먼저 보이고, 코를 스치는 기운도 제법 서늘해졌습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나들이하기 참 좋은 날씨구나 하며 현실을 잊게 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10월 8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날 두 분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고 강용필 님(1931년생, 86세)은 서울 성북구에서 태어나 영등포에서 사시다가 9월 27일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연세도 많으셨고, 치매로 힘들게 사셨습니다. 가족을 확인할 수 없어 무연고사망자가 되셨습니다. 고 강진수 님(1940년생, 77세)은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영등포에 홀로 사시다 8월 18일 병원으로 이송도중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폐결핵과 다발성장기부전이었습니다. 가족이 계셨지만 시신을 포기해 무연고사망자가 되셨습니다.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그의 죽음 앞에서 삶을 생각합니다   매번 비슷한 형식으로 장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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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조영희님, 고 김병두님 고이 잠드소서

언제까지 혈연만을 기준으로 가족관계를 결정해야할까요? 15년이나 함께 살을 맞대고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살던 아내를 무연고사망자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6년 10월4일 화요일 조영희님과 김병두님을 모신 운구차가 평상시보다 이른 12시에 화장을 위해 서울시립승화원에 도착했습니다. 조영희님은 1960년1월21일 생으로 지난 8월27일 유방암으로 57년의 삶을 마감하셨고, 김병두님은 1955년6월16일 생으로 지난 8월28일 폐렴으로 62년의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모든 장례는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얼핏 보면 장례형식은 같아 보이지만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마지막을 동행하는데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 그날 만남의 느낌과 감정이 다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영희님 사연으로 마음이 더 먹먹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가족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가족이라면 당연히 혈연중심의 가족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나눔과나눔 장례지원 활동을 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가족을 틀을 깰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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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박광흠 님 고이 잠드소서

“나의 마지막 호흡이 당신에게 닿기를” 스님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검은 옷을 입은 네 남자는 그들 가운데로 여승을 맞이했다. 작은 병풍이 세워지고 조립식 탁자 위에 나무 제기가 정렬하고 그 위로 곶감과 황태포, 대추, 사과, 약과가 놓아지는데 단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승화원 1번 유족 대기실 모니터에는 ‘고인 박 00 님의 화장이 진행중’이라는 문구가 흐르고 있었다. 향로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무연고 장례지원 봉사단체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님은 내게 추도사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당황하느라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식은 시작되었다. 향년 58세. 몇 주에 무연고 사망자가 나온 고시원에서 얼마 안 되어 또 한 분이 고인이 되셨다. "고독사라는 말은 옳지 않은 표현입니다. 감성적인 그 단어로는 사회의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고립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사무국장님의 말은 지금의 상황의 시작과 결과 그대로 함축하고 있었다. 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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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김웅기 님 고이 잠드소서

마지막을 함께한 또 다른 가족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학술 용어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은연중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개념입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아빠, 엄마, 자식으로 이루어진 근대에 형성된 핵가족만을 ‘정상’으로 생각하고 강요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를 말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아빠·엄마·자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 비정상인 가족으로 인식됩니다. 즉, 한 부모 가정, 무자녀 가정, 독신 가구 등을 비정상인 가족으로 생각하게 만듭니다(가족의 경제적인 여건이 아닌 가족의 형태만을 구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입니다). 나눔과 나눔의 활동은 대부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말하는 비정상적인 가족들과의 만남입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있어야 하는 공간에 정상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여겨질 만한 사람은 없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정상가족이라는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입니다. 8월 25일 고 김웅기님의 장례에서도 저희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마주쳤습니다. 김웅기 님은 8월 5일 서강대교 남단 물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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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송호지 님, 고 임진택 님 고이 잠드소서

고립된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빠진 알코올의 유혹! 그 치명적인 위험 최근 들어 받은 공문에 무연고자로 사망한 분들 중 남자의 경우 사망원인이 대부분 알코올에 의한 간기능 부전으로 인한 내재적질병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평균수명보다 20~30년도 못 살고 사망하는 일종의 요절(夭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코올은 간기능 부전 외에도 뇌에 손상을 주는 치매를 동반하는데, 흔히 말하는 ‘노화에 따른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젊은 층의 과다한 술 섭취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번 손상된 뇌는 반복적인 블랙아웃(필름이 끊기는 현상)에 이르고,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폭력적인 성격분출 즉 ‘주폭’ 등의 부작용은 물론, 각종 사고에 노출되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혼자 지내다 자주 술을 마시게 되니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고 송호지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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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강철이 님, 고 김주희 님 고이 잠드소서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외로움과 절망으로 마지막을 살다 가셨습니다 고 강철이님은 1959년생으로 서울시 동작구에서 태어나 서울시 강북구에서 사시다가 2016년 5월 11일 13시 20분 노상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신 당시 찍힌 CCTV에 고인은 만취상태로 골목길을 걸어가다 잠시 쉬려고 화단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고, 서울의료원에 옮겼으나 끝내 사망하셨습니다. 고인의 휴대폰 최근 통화기록엔 강북구의 한 순대국집 주인의 번호가 있었습니다. 고인은 지난 5년간 그 순대국집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을 드셨는데, 5월 1일 새벽에 순대국에 술을 한잔 하고 간 이후 당일 점심때부터 오시지 않아 걱정이 된 주인분께서 전화를 하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인은 혼자 살면서 매일 순대국집에 들러 1병 이상의 소주를 드셨고, 평소에도 술을 자주 드셨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경찰이 고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찾아보았지만, 실제로 고인은 그곳에서 살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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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김연표 님 고이 잠드소서

찔레꽃은 피었고 누군가는 이별을 했습니다.   5월을 하루 남겨두고 승화원은 여전히 이별하는 사람들의 슬픈 음성이 가득합니다. 계절은 어느덧 봄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곧 다가올 여름과의 뜨거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 더울 거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곳 승화원의 여름은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5월 30일 무연고 사망자 김연표 님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고 김연표 님은 1953년생으로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에서 태어나 서울시 용산구에서 사시다 5월 23일 19시경 충북 괴산의 한 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시신은 서울 용산구 S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사인은 폐렴. 봄을 보내는 끝자락에 또 한 분과 이별을 했습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고인의 장례식이 참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고인께 술 한 잔을 올리고 앉아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문득 늦봄부터 이른 여름에 꽃을 피운다는 찔레나무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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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강천일 님 고이 잠드소서

평생을 혼자 살며 힘들게 모은 돈 지자체에 기부한 후 떠나셨습니다. 5월 중순 용산구청 복지정책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용산구에 사셨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인데 곧 무연고사망자가 되실 예정이라 장례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접 상주역할도 하고 영정사진도 준비하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보이셨습니다. 생의 마지막을 혼자 사시다가 돌아가신 후에도 무연고가 되어 마지막을 쓸쓸히 가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동안 참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 해주시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고 강천일 님은 1945년 5월 5일생으로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시다 2016년 4월 25일 6시 30분경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고인은 말기암을 오래 앓으셨고, 최종 사인은 심장마비였습니다.   고인은 평생을 혼자 사시며 빌딩 청소원, 가락시장 짐꾼, 구두닦이 등의 일을 하셨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시며 사셨지만, 생전에 한 푼 한 푼 모은 3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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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고 이상일님, 고 이동욱님 고이 잠드소서

이별을 앞두고 만난 좋은 계절은 오히려 슬프게 빛납니다 5월도 중반을 달리고 봄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승화원으로 가는 중 차창 밖을 보며 문득 대중가요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날의 풍경을 보는 것도 모자라 좋은 사람을 만나기까지 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요. 그림 같은 상상에 취해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덧 누군가와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는 승화원에 도착했습니다. 쪽방촌 거주 가족과의 단절 고 이상일님은 1947년생으로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서울시 용산구에서 거주하다 2016년 4월 21일 10시 27분 서울백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급작스러운 심장성쇼크가 사망원인이었습니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셨고 지자체가 진행하는 봉사지원단사업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동자동에서 오신 지인 중 한 분은 최근에도 반찬나눔행사로 고인을 방문했었다며 갑작스런 부고에 놀란 마음을 감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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