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가족이지만 잘 알지 못 합니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6월 장례이야기 가족이지만 잘 알지 못 합니다   (사진 : 무연고 장례에서 나눔과나눔 활동가, 자원봉사자, 의전업체 직원이 산골을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딸) “부양하지 않았다” 2020년 6월 초 어느 날 무연고 사망자 ㄱ님의 장례가 오후 2시에 예약이 되었습니다.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시립승화원(이하 승화원)으로 가는 나눔과나눔 활동가의 휴대전화가 오전부터 뜨거워졌습니다. 남동생의 무연고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누나는 자신이 원하는 종교로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다른 종교단체가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니 사진을 찍어 보내드릴 것을 약속하고 어렵게 전화를 끊었지만 영 마음이 편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승화원에 도착한 후 다른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ㄱ님의 유가족이라고 밝힌 젊은 여성은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친척과 함께 승화원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잠시 후 그들을 만났고, 전화를 건 여성은 자신이 ㄱ님의 딸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장절차가 시작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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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보내는 이의 마음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5월 장례이야기 보내는 이의 마음 (사진 : 서울시립승화원 그리다 전용빈소) 서울시립승화원 공영장례 전용빈소 앞에 새로운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이곳은 가족 해체와 빈곤 등으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연고 없이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 저소득시민을 위한 소박한 빈소입니다. 즉, 가족과 지인이 없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장례의식과 빈소도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직장(直葬)방식이 아닌 고인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공공(公共)이 배려하여 사회적 애도(社會的 哀悼)가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장례의식 공간(空間)과 시간(時間)을 보장하고자 마련한 엄숙한 곳입니다.” 나눔과나눔이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이 이제는 사회가 사용하는 공통의 언어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향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 : 힘든 삶을 살았던 무연고사망자의 장례에 참석한 유족과 봉사자들. 서울시립승화원) “이제 그만 푹 자고 싶어요” 5월 초 무연고사망자 ㄱ님의 장례가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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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아가야 안녕~

아가야 안녕~ "병원에 갔다면 아기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5월 15일 금요일 비가 오는 이른 아침 7시, 작은 관을 텅 빈 장의차량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관에 아직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기의 위패를 든 엄마가 뒤따릅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주고 싶었던 이름을 위패에 담아 가슴으로 안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이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기를 위한 장례비용이 없어서 아기 시신을 무연고로 보내려고 했던 아기 엄마는 시신을 위임하면 유골을 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아기를 관악산 어딘가에 묻어 작은 무덤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장례비용이 어디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사는 형편에 누구에게 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4월 21일에 태어난 아기는 그렇게 차디찬 안치실에 25일간 있어야 했습니다. 아기는 장례식장과 동주민센터 그리고 나눔과나눔의 도움을 받고서야 세상과, 엄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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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80일 동안 계속되었던 연속장례의 끝

드디어 끝난 연속장례 유난히 길었던 80일간의 나날들 1월 31일부터 4월 19일 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80일 동안 장례가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분 이상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어제와 오늘. 나눔과나눔은 드디어 한 숨을 돌리며 길었던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면 내가 감옥에 갈 테니 장례를 치르게 해주시오" "장례에 참여하려고 남편의 영정까지 준비하고 있었어요" "고인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십시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꽃처럼 바람처럼 가신 고운님을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기 위한 8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합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분의 장례를 치르고 싶으셨지만 차가운 행정절차 앞에 포기하셨던 분,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공영장례 일정을 손 꼽아 기다렸지만 담당구청에서 장례를 치른 뒤에야 일정을 안내받으셨던 분, 타국에서 떠난 아들의 시신 위임서에 적힌 어머니의 절절한 부탁, 함께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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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각자의 거리에서 전한 마지막 인사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3월 장례이야기 각자의 거리에서 전한 마지막 인사   (사진 : 서울시립승화원에 핀 목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차단시키고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차단된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고, 서로의 존재가 서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각인되어 조금의 일탈도 용서치 않는 삭막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립승화원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대기실이 따로 만들어졌고, 일반인들의 화장이 끝난 후인 오후 4시 이후에야 화장 시간이 허용되고, 지정된 화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화장로 앞이 아닌 컨테이너 가건물 안에 설치된 CCTV로 화장 상황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참혹한 시간은 끝날 줄 모르고, 서울시 공영장례는 3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장례일정이 잡혔고, 70명의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사진 : 20년 간 가족으로 지냈지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무연고장례에 참석한 지인들이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서 유골함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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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29일 동안의 장례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2월 장례이야기 29일 동안의 장례   (사진 :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공지문이 붙은 서울시립승화원)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화시킨 무연고 장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엔 막바지에 이른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인 봄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뇌리엔 졸업식과 꽃다발, 발렌타인데이 등의 이미지가 흔히 떠오르고, 눈이 녹은 후 움트는 가지가 연상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20년 2월은 참으로 안타깝고 힘든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격리’ 등의 검색어는 하루도 빠짐없이 포털 사이트를 장악했고, ‘마스크’ 파동과 함께 ‘사회적 격리’는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우울함의 상징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회가 불안했던 2월 한 달 동안 무연고 사망자 장례엔 여러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나눔과나눔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차원에서 무연고 장례에 자원봉사자 모집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립승화원은 방역시스템을 강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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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모자의 비극, 무연고자가 된 아들과 어머니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월 장례이야기 모자의 비극, 무연고자가 된 아들과 어머니   2020 변화된 것들 2020년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 공영장례 수행업체가 새롭게 바뀌었고, 한 달의 시간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예년에 비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무연고 사망자 중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망자의 연령대와 여성의 비율(1월 무연고 사망자 36명 중 11명)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관련 정책 변화로는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기간이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었고, 기초생활수급자 장제급여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기존 75만 원에서 80만원)   (사진 : 한 달 동안 조카와 누나의 무연고 장례를 치른 유가족이 유골함을 받고 있습니다.) 무연고자가 된 아들, 그리고 어머니 2020년 1월 초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의 한 지자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40대 초반의 남성이 사망했고, 연고자 중 어머니가 계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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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객사(客死), 아사(餓死)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1월 장례이야기 객사(客死), 아사(餓死)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달 11월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습니다. 어린 딸과 헤어져 평생을 그리워만 하다 홀로 세상과 이별한 아빠, 사춘기 때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가출한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 이복여동생, 평생을 한 방에서 함께 지내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임대료 걱정이 앞선 노모(老母)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또 다른 아픈 사연들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길에서 죽고, 굶어 죽는 무연고 사망자의 비참한 현실 앞에 겨울이 한 발짝 더 들어왔습니다.   (사진 : 생전에 가족처럼 고인을 돌보던 지인이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에서 헌화하고 있습니다.) 가족 대신 가족이 되어준 지인 11월 초 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 ㄱ님은 50대 초반의 여성으로 지난 10월 중순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연고자인 오빠는 동생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구구절절한 이유를 시신위임서에 써내려갔습니다. “동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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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여름이 남긴 절망과 희망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8월 장례이야기 여름이 남긴 절망과 희망 여름, 견디기 힘든 시간 거짓말처럼 찾아온 가을이 반갑습니다. 그 이유는 여름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르며 계절별로 일정한 경향성을 띠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이제는 다가오는 계절을 설렘보다는 걱정으로 맞이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작년(2018년)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8월 한 달 동안 40명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올해의 경우 39명으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공영장례 시행으로 장례식장 일정에 영향을 받아 9월로 미뤄진 경우를 고려하면 그 수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2018년 5월부터 서울시 공영장례가 시행된 이후 서울 지역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전용빈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이후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시민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면서 일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서울시립승화원 전용빈소에서,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시민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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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7월 장례이야기 피보다 진한 물,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 (사진 : 친구의 장례를 6개월 동안 기다린 친구들) 외국인이기에 늦어지는 장례 무연고 사망자는 사망 후 바로 장례를 치르지 못합니다. 가족 등 연고자를 찾고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나눔과나눔은 작년 한 해 장례를 치른 서울 지역 무연고 사망자의 안치 기간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서 사망했거나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 후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화장이 이루어지는 기간까지 평균적으로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들은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의 편차가 큰데, 연고자 파악을 본국에 요청해 답변을 기다려야 하기에 유독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7월엔 두 분의 외국인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이 사망 혹은 발견된 시점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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