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이야기] 저무는 한 해, 떠난 이들을 추모하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2월 장례이야기 저무는 한 해, 떠난 이들을 추모하다 프롤로그 겨울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 극에 달하는 계절. 한파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여운 생명들을 철저히 농락하고, 마지막 보호막까지 가뿐히 뚫어버렸다. 불빛을 잃고 구르던 몸뚱이는 촛농처럼 굳어갔고, 에는 바람은 그마저도 얼려버렸다. 껍데기를 잃은 달팽이는 창도 없는 동굴 속에서 간신히 모닥불을 피우고 검은 연기는 그들을 질식시키고 피워보지 못한 피로한 청춘의 숨이 끊어져버렸다. (사진설명 : 2018년 12월 27일 서울시 종로구 국일고시원 희생자 49재) 어디에도 둘 데 없는 파란색 도시락 가방 12월이 시작되고 잠시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던 날 무연고 사망자 ○○○ 님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마지막 주소지는 고시원이었고, 형제들이 있지만 단절된 30년의 시간은 마지막 인사조차 거부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서울시립승화원에 도착하고, 화장이 시작되기 전 운구업체 직원이 고인의 유품을 보여줬습니다. 도시락통이 들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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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이야기] 죽어야 만나는 이들

[무연사회, 죽음을 기억하다] 11월 장례이야기 죽어야 만나는 이들 프롤로그 12월을 앞두고 11월을 보냈습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한 달을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한 달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음을 떨어져 내리는 수은주를 통해, 아침저녁 스쳐가는 목덜미의 바람을 통해, 매번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같은 듯 조금씩 다른 그 느낌으로 11월을 보내고 ‘또’ 12월을 맞이합니다. 민간단체에서 지자체로 공영장례의 첫걸음 서울시는 해마다 입찰을 통해 운구업체를 선정하여 무연고사망자의 시신운구와 화장 및 봉안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눔과나눔은 그 과정에서 장례의식이 없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2015년부터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을 해왔습니다. 첫해에는 무연고사망자 발생 시스템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스무 분의 장례지원에 머물렀으나 이후 2016년 183명, 2017년 288명으로 점차 그 숫자를 늘려갔습니다. 서울시는 나눔과나눔이 진행했던 장례 형태를 기초로 무연고사망자 장례의전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했고, 2018년 5월 10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무연고사망자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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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이야기] 재가 되어 사라지다

10월 장례이야기 재가 되어 사라지다 (사진: 서울시립승화원) 10월 서울시립승화원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익어가고 시간은 낙엽처럼 흩날렸습니다. 시간의 변화 못지않게 무연고사망자 장례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감정들은 복잡하고 미묘했습니다. 하나의 작은 변화가 끝이 아니라 혹여 또 다른 시작의 조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때 이른 염려도 들었던 한 달이 또 지나갔습니다. (사진: 오른쪽 보자기에 쌓인 유골함은 무연고 추모의 집에 10년 동안 봉안됩니다. 왼쪽 목관에 담긴 유골은 산골됩니다.) 무연고장례의 변천 2015년부터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장례의 형태나 양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장례식장에서 1시간을 허락받아 치르던 장례가 2016년 2월부터는 서울시립승화원 가족대기실 그리고 2018년 무연고사망자 전용빈소로 장례를 치르는 장소의 이동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일 것 같습니다. 민간단체인 ‘나눔과나눔’이 후원금으로 치렀던 무연고장례도 2018년 5월 10일부터는 서울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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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그리다’ 장례지원] 故 곽해정 님, 고이 잠드소서

같이 살아온 정이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드려야 평생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서울시가 저소득시민 장례를 위해 지원하는 「그리다」서울추모서비스로 곽해정 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동행했습니다. 곽해정님은 1939년생으로 80년의 삶을 지난 10월 15일 오전에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마감하셨습니다. 직계 자녀는 없었고 조카 한 분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켰습니다. 곽해정 님의 삶의 마지막 고시원과 요양병원이 집이었습니다. 요양병원 입원하기 전까지는 고시원에서 혼자 살았고, 최근 5년 동안은 여러 요양병원을 옮겨 다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병원에서 수술도 받으시고, 욕창이 심해지셔서 다시 두 달 입원했다가 항생제 내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일반 요양병원 대신 이러한 환자를 받아 주는 특별한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카분이 삼촌을 돌보기 더 어려웠다고 합니다. 아무리 시설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하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고인에게 작성하는 조카의 마지막 편지는 "고통 없는 곳에서 평안한 안식을 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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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이야기] 가족이라는 이유로

9월 장례이야기 가족이라는 이유로 9월엔 추석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의 정을 나누는 명절이지만, 명절이 누구에게나 항상 행복한 시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건 그 반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실들을 꺼내어 명절 내내 잔소리로 이어지는 ‘팩트폭력’은 점점 가족들 간의 사이를 멀게 하여 다음 명절에는 얼굴 부딪히지 않도록 핑계거리를 만들어 나갑니다. 여성에게 집중되는 ‘일 폭풍’으로 인해 생긴 갈등은 명절이 지나고 이혼율의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공감을 얻기 힘든 세상입니다. 가족이라는 병 9월 무연고사망자 김○○ 님의 장례에는 열 살 터울의 형님이 참석했습니다. 항암치료중이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형님은 동생을 본 지 20년이 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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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그리다’ 장례지원] 故 박태오 님, 고이 잠드소서

나를 받아주는 단 한 사람, 받아주는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서울시가 저소득시민 장례를 위해 지원하는 「그리다」서울추모서비스로 박태오 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동행했습니다. 장례 과정에서 삶에 있어서 많은 가족이 아니라 '나를 받아주는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인의 조카며느리가 바로 그 한 사람이었습니다. 고인이 아파서 도움을 요청할 때 그래도 가족이라며 받아주고 장례까지 할 수 있게 애셨던 겁니다. 누가 되었든 나를 받아주는 단 한 사람, 받아주는 그 마음이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충분하지 않을까 이번 장례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박태오 님은 1964년 3월 출생으로 지난 9월 15일 54년의 생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마감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직계자녀는 없었고, 연고자인 어머니와 형은 요양원에 계신 상태이다 보니 실제 장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포구 서강동 주민센터에서 나눔과나눔으로 「그리다」서울추모서비스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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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그 후 6개월 첫 번째 이야기/ 정책은 참 좋은데…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그 후 6개월 첫 번째 이야기] 정책은 참 좋은 데, 저소득층에는 정말 좋은 데… 2018년 9년 23일은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시행되는 날이다. “이 조례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는 부칙 조항에 따라 이날 시행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법이나 조례가 제정된 이후 시행까지 특별히 유예기간을 두는 이유는 정책적·제도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역단체 최초로 ‘공영장례’ 제도가 마련된 서울시는 지난 6개월 동안 시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그리고 시행을 바로 코앞에 마주한 이 시점에서 서둘러야 할 점은 무엇일까? 공영장례를 위해 서울시는 우선 「저소득 시민 장례지원 ’18년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이 실행계획에는 저소득시민 장례지원인 「그리다」 서울추모서비스와 함께 기존 비영리민간단체인 ‘나눔과나눔’에서 진행하던 무연고사망자 장례의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가 새롭게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저소득시민 장례지원 「그리다」 서울추모서비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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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이야기] 지독했던 여름의 상처

8월 장례이야기 지독했던 여름의 상처 없는 사람에게 여름이 겨울보다 낫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가난한 이들에겐 추운 겨울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마땅치 않아 견디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름은 그나마 겨울보다는 수월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며 이제 여름은 해가 갈수록 기록적인 수치를 경신하고 있고, 올해 폭염 일수는 평균 31.2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8월 무연고사망자 수 가장 많아 올 여름 폭염으로 온열환자의 수가 4천 3백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1.8배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던 열대야는 한낮의 폭염으로 지친 몸을 식힐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고, 더위를 견디지 못해 사망한 분들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과 관련된 무연고사망자의 수도 많았습니다. 나눔과나눔은 8월 한 달 동안 40명의 무연고사망자 분들을 모셨습니다. 장례 횟수도 21회로 평균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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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이야기] 세상 끝에서 다시 만난 이들

7월 장례이야기 세상 끝에서 다시 만난 이들 “잊었단 말인가 나를, 타오르던 눈동자를/잊었단 말인가 그때 일을, 아름다운 기억을/ 사랑을 하면서도 우린 만나지도 못하고/서로 헤어진 채로 우린 이렇게 살아왔건만 (중략) 보고파 지샌 밤이 나 얼마나 많았는데....../ 헤어져야 하는가 다시/아픔을 접어둔 채로/떠나가야 하는가 다시/나만 홀로 남겨두고.” 80년대 중반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던 노래. ‘재회’의 순간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움을 모두 다 꺼내놓지도 못했는데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아쉬운 마음을 담은 그 노래를 떠올렸던 7월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만들어준 하루, 그리움은 헤어진 시간만큼 눈물로 흘렀고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음에 가슴은 아프지만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늘어난 장례문의 나눔과나눔의 활동이 각종 매체들을 통해 소개가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 특히나 경제적인 이유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분들이 장례지원을 의뢰하는 연락이 자주 오고 있습니다. 2018년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장례지원문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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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장례지원] 故 김응길 님, 고이 잠드소서

누님 찾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죽어서야 연락이 되다니 안타깝네요. 살아생전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삼일교회 사랑나눔부 노숙인 구제사역팀이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런 무더위는 처음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하네요. 그래도 사무실이나 실내에 들어가면, 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다행히 피난처를 만난 듯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차원이 다른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계십니다. 쪽방과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시는 홈리스분들! 이분들은 이런 무더위를 어떻게 견디실지 마음만 안타깝습니다. 거리에서, 쪽방과 고시원에서 더운 바람 나오는 선풍기만으로 이 버거운 시간을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예전에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위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은 몸서리치게 춥고 여름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더우니,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지할 것 하나가 또 사라진 듯합니다. 고 김응길 님은 이렇게 폭염이 한창인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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